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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준 열사의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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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준 열사의 생가

입력
200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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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길에 헤이그에서 분사한 이준 열사의 생가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 함경남도 북청군 용전리에 있는 생가가 한국원자력개발기구(KEDO)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인 금호특별지구 옆에 있기 때문이다. 원전건설의 주 계약자인 한국전력은 건설에 필요한 모래와 자갈을 북청군의 남대천에서 채취해 사용했다. 먹는 물과 공업용수도 역시 남대천에서 가져다 썼다. 이를 위해 KEDO는 남대천의 땅 165만평을 배타적 지배권이 보장되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확보해 놓았다. 원전 건설현장과 남대천은 16㎞가 떨어져 있고 한전이 이 길을 왕복 2차선으로 포장했다. 용전리는 바로 건설현장과 남대천 사이에 있다.■ 원래 초가집 이었으나 6·25때 파괴돼 기와집으로 개축했다는 생가에는 고인의 증손자가 살고 있었다. 마당에 우물이 있고, 고인이 거처 했다는 방에는 상당한 유품이 있다. '외교려권'이라 쓰인 여권도 보였고, 헤이그에 있는 고인의 묘비사진도 있다. 묘비에는 고인이 함경도 북청에서 태어났다고 영문으로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이 동네 토박이 아가씨가 나와 앳된 목소리로 안내를 했다. 안내원은 "중요한 유품은 평양의 만수대에 있는 조선혁명 박물관으로 가져 갔다"고 말했다.

■ 용전리에는 맛 좋기로 소문난 북청사과를 생산하는 과수원이 곳곳에 있었다. 570세대에 2,050명이 살고 있고, 시범마을로 지정된 동네는 생각보다 깔끔하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시로 이곳에 들러 현지지도 했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곳곳에 서 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이 1959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조선 사과나무의 원조'라고 명했다는 사과나무는 수령이 105년 됐다는 설명이 뒤 따랐다.

■ 사과밭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일행을 맞아준 이 마을의 부위원장은 사과를 따 먹으라고 권한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불과 두 달 반 전인 6월4일 바로 이 전망대에서 현지지도를 했다고 설명한다. 김 위원장의 지도 내용은 "계단식 과수원은 효용성에 한계가 있으니 무리하게 확장하지 말라"는 것 이었다고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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