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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후세인 없는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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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후세인 없는 이라크

입력
200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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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민주국가를 세우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계획을 생각할 때마다 한가지 의문이 나를 괴롭힌다. 후세인 때문에 오늘날 이라크가 이 모양인가, 아니면 이라크라는 나라 때문에 후세인이 그렇게 된 것일까.다시말해 이라크는 아랍의 유고슬라비아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잔인하고 철권을 휘두르는 독재자의 지배하에 놓여있는 것이 아닐까. 이라크는 남부의 시아파, 북부의 쿠르드족, 중부의 수니파 등을 모아 영국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국가다. 그렇다면 사담 같은 유형의 인물만이 종족간 대립을 다룰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이라크는 이제 진정한 국가로 응결된 것일까. 후세인이 제거되기만 한다면 서서히 재능있고 지적인 이라크인들이 연방민주주주의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그 곳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라크가 어떤 국가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후세인 통치 전의 이라크 역사를 훑어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이라크의 역사는 영국이 만들어 놓은 국경 내에서 다양한 민족과 당파가 저지른 음모와 살인, 끊임없는 쿠데타로 점철돼 있다. 1958년 7월 파이잘 당시 국왕은 압델 카림 카셈 준장과 압둘 살람 아리프 대령이 이끄는 군부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카셈은 다시 아리프가 과격한 나세르주의자라는 이유로 그를 축출했다. 그 즈음에 젊은 후세인은 카셈을 죽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카셈은 1959년 모술에서 이라크의 나세르주의자를 대거 처형했다.

1963년 이번에는 아리프는 유배지에서 돌아와 카셈을 죽이고 추종세력인 바스당과 함께 좌익인사와 공산주의자를 고문하고 도륙했다. 1966년 헬기사고로 죽은 아리프를 대신해 동생이 권력을 잡았지만 후세인이 그를 암살했다. 1958년이래로 후세인이 이끄는 바그다드의 수니 군사정권은 북부의 쿠르드족과 밀월관계를 유지했으며 분쟁을 멈췄다.

요점은 우리는 새 국가건설을 무(無)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상당한 수준의 인적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2차대전 후 독일과 일본처럼 폐허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을 정도의 시민사회나 입헌주의 경험이 전혀 없다. 입헌주의를 실행했던 이라크의 마지막 왕은 기원전 18세기 바빌론의 왕이었던 함무라비였다. 이 때문에 후세인이 제거된다면 힘의 진공상태가 나타나고, 쿠르드족 수니파 시아파 등의 종족이 서로 복수전과 암살, 힘겨루기를 벌일 게 분명하다.

종족분쟁의 가능성은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인이 길고 값비싼 재건작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며 부담을 공유하기 위해 많은 동맹국가들에게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피할 수는 없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려면 이라크 정권을 호두를 깨부수듯 열어붙여야 한다. 그 다음에는 반드시 나라를 재건해야 한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부시의 사람들이 건설보다는 파괴에 능하다는 점이다.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순진한 낙천주의자가 돼야 함에도 그들은 매우 냉소적이다. 나의 가장 절친한 이라크 친구는 "미국이 공격한 다음날 아침 이라크인들은 미국군대를 환영하고 정권은 붕괴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그날 아침 이후의 일들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라크 군부에서 우호적인 권력자가 나타나 점진적인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주재하는 일이다. 최악의 상황은 이라크의 껍질을 깨자 마자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역사적인 분쟁이 재발하는 일이다. 이 경우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대신 철권을 휘두르는 이라크의 권력자가 돼야 한다. 그리고 석유자원을 재배분해야 함은 물론 더욱 더 긴 시간이 걸릴 민주주의 진행과정을 감독해야 한다.

토마스 프리드먼/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NYT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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