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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1년](4)/美경제 충격파 여전/"테러보다 경제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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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1년](4)/美경제 충격파 여전/"테러보다 경제 더 걱정"

입력
200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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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1주년을 맞는 미국인들이 정작 걱정하는 것은 테러의 재발보다는 또다시 침체에 빠질지 모르는 경제다. 미국 내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한 보스턴 헤럴드의 3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경제와 테러 중 경제를 더 걱정한다고 답했다. '테러'라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침체 국면에 있던 미국 경제는 9·11 테러로 직격탄을 맞았다. 테러 사태의 직접 피해는 세계무역센터 붕괴와 미 국방부 청사 파손 등 물리적인 손상이다. 재산 피해액만 160억 달러, 거기다 구조와 잔해 제거 비용에 들어간 돈도 1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정도 손실은 테러 직후 주식 폭락이나 일부 산업에 닥친 후유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테러 직후 문을 닫았던 뉴욕증권거래소가 70년 만에 가장 긴 4일 휴장을 끝내고 재개장한 첫 주 주가는 5일 연속 폭락했다. 이 기간 동안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4.3%, 나스닥은 16% 떨어졌다. 주가 하락으로 공중으로 사라진 자산 가치는 무려 1조 4,000억 달러에 이른다. 테러 피해 보상 관련 보험사들은 최대 50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테러 공포증이나 추가 테러 불안 때문에 미국민들이 외출과 여행을 꺼리면서 항공, 관광, 레저 산업도 엄청난 타격을 봤다. 중소 항공회사들 서너 곳은 일찌감치 도산했고 미국 항공업계 2위인 유나이티드 항공까지 부도 가능성을 경고했다. 대 테러전을 위한 국방비 증액에다 9·11 직후 400억 달러의 비상 예산 지출, 항공업계 지원금 150억 달러 책정 등으로 미 연방 정부 재정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1,570억 달러 적자 부담을 안아야 했다.

하지만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는 9·11 테러의 충격을 의외로 빨리 복구했다. 41년 만에 최저 수준인 금리 인하 등의 비상 조치들이 신속했던 데다 국난을 맞은 국민들의 애국심도 한껏 발휘돼 불과 2개월 만에 주가는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3·4분기 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1·4분기에는 5% 성장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지속적인 소비 증가이다. 지난해 12월 끝난 것으로 관측되는 이번 경기 침체 동안 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3.2%를 기록해 과거 어느 침체기보다 높았다. 세금 환급에다 노동생산성 향상 등으로 가계 소득 증가율이 연 4%에 이르는 미국 소비자들의 정서는 "여행은 안 가지만 대신 자동차나 대형 TV를 산다"는 쪽이다. 낙관론자들은 이 같은 소비 행태가 테러 후유증은 물론 기업 회계 부정으로 일어난 현재의 투자 불안까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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