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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유일 고립지역 대덕면/도로끊기고 전기·전화 불통 식수 모자라 도랑물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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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유일 고립지역 대덕면/도로끊기고 전기·전화 불통 식수 모자라 도랑물도 먹어

입력
200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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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사람이 살았던 마을이라고 할 수 있겠능교.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태풍 '루사'가 강타하면서 시가지가 고립됐던 경북 김천지역에서 아직도 유일한 고립지역으로 남아 있는 대덕면. 4일에도 이곳은 어느곳부터 손대야 할지 엄두를 낼 수 없는 폐허 그 자체였다. 전기와 전화마저 불통인 대덕면을 관통하는 국도 3호선과 30호선은 수십㎞ 구간 곳곳이 토사와 뿌리째 뽑힌 가로수로 뒤덮인 채 끊겨버렸고 마을의 축사는 폐사한 닭과 돼지로 견딜 수 없는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옥이 침수되거나 무너져 내려 대덕중학교로 대피한 관기리 등의 주민들은 하루 2∼3차례 날아오는 헬기에 목숨을 내맡기고 있다. 생수와 빵은 아무리 공수돼도 부족하고 밤만 되면 칠흑 같은 어둠과 한기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이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곳에서 수㎞ 떨어진 대리와 덕산리 등 주민 500여명은 대덕중학교로 가는 길마저 두절돼 구호품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덕산리 주민 장모(42)씨는 "꼭두새벽부터 대덕중학교로 걸어나와 라면 한박스를 동네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나면 라면 하나로 하루를 연명하기도 한다"며 "식수도 모자라 도랑물을 먹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30여 농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전2리에는 수백 그루의 나무가 가옥을 덮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마을 옆 개울은 흙더미로 뒤덮여 있었다. 주민 김학조(62)씨는 "재산목록 1호인 돼지와 개 60여마리가 태풍에 모두 폐사했고 양파밭도 송두리째 파여버렸다"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이 곳에서 3∼4㎞ 떨어진 가래리에는 페이로더와 덤프트럭 10대가 붕괴된 국도 3호선을 복구하느라 굉음을 울리고 있었다. 인부들은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언제 면소재지까지 진입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연신 흙먼지를 털어냈다.

김천시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1,196세대 3,28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대덕면의 피해상황은 아직까지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다"며 "도로 복구 즉시 의료진과 구호팀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김천=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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