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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전세계 위험스런 "부동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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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전세계 위험스런 "부동산 열풍"

입력
2002.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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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부동산 시장에 열풍이 불고 있다. 주택 건설이 활황을 띠면서 세계 집값은 유례없는 동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금리로 넘쳐나는 시중 자금들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주식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부동산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가속도가 붙는 만큼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과열이 실물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6일자)에 따르면 영국의 집값은 올들어 7월까지 20.9%나 뛰어 올라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호주와 스페인의 집값도 각각 17.3%와 15.7%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이탈리아(9.5%)와 프랑스(8.0%)를 비롯해 미국도 7.0%의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 대도시의 집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18∼20% 폭등했다. 1997년 이후 5년 간 미국 집값 상승률은 45년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내 집 마련 열기

부동산 시장 활황을 이끈 주역은 단연 저금리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 덕분에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그만큼 수월해진 개인들은 앞다퉈 내 집 마련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경우 30년 만기 주택저당대출(모기지론) 금리는 30여년 만에 최저치인 6.25%까지 떨어져 있다. 영국도 지난해 7차례에 걸쳐 금리를 2% 포인트 인하하면서 주택저당대출 금리도 5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5%로 내려앉았다.

▶주식 대신 부동산이다

주식시장의 냉기가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체감 열기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부동산은 안정적인 투자처로 선호된다. 특히 최근 2년 간 기진맥진한 증시 침체에 염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고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주가와 부동산 수익률이 정반대 양상을 보여주는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 투자자가 2000년 초 갖고 있던 주식을 몽땅 팔아 집을 사뒀다면 40%의 수익률을 챙길 수 있었던 반면 주식을 고집한 투자자는 35%의 원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기 시작하면서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40조 달러로 팽창했다. 이에 비해 주식 규모는 23조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거품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버블 조짐은 미국 주택시장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7월 주택착공은 전달 대비 2.7% 감소한 164만9,000가구를 기록,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마침내 부동산 시장이 식어가기 시작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부동산 담보대출의 채무불이행(디폴트)규모는 27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배로 급증했다. 또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를 염려해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들고 나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주택경기지표(BCB)를 고안해 낸 부동산 전문가 존 번스를 인용, 미국 대도시의 부동산지수가 5∼7.5로 거품붕괴 위험 수위인 7.5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버블 붕괴는 재앙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이 신경제의 몰락과 9·11 테러의 영향 등으로 수렁에 빠질 위기에 몰렸던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크게 오른 데 고무된 주택 소유자들이 경기침체 속에서도 소비를 줄이지 않은 것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집값의 오름세가 너무 지나친 데다 집값 대부분이 빚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이라는 점이다. 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7월 현재 영국의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인 7,820억 파운드(약 1,564조 원)에 이른다. 금리인하로 풀린 돈이 기업에 흘러가지 않고 개인을 통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 셈이다.

집값은 이미 개인의 소득범위를 넘어설 만큼 과대평가돼 있다. 미국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은 80년대 후반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네덜란드나 아일랜드도 소득 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부동산거품이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불렀던 90년대 후반의 미국 주식 시장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전체 규모도 큰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증시에 비해 더욱 파괴적이다. 집값 하락은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소비심리에도 치명타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세계 경제에 큰 재앙이 닥쳐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땐/개인·기업·금융 "공멸"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는 국지 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개인 파산은 물론 기업과 은행 등 실물경제와 금융망에 이르기까지 사회·경제 분야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준다.

1980년대 일본은 부동산 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 85년부터 91년까지 6년 사이 일본의 땅값(6대 도시 기준)은 3.1배나 급등했다. 가계와 기업들은 자고나면 오르는 부동산에 투자하느라 무턱대고 은행 돈을 끌어다 썼다.

환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땅값은 91년 3월을 정점으로 큰 폭으로 하락, 반토막 가까이 떨어졌다. 집과 땅을 담보로 빚을 냈던 가계와 기업은 파산을 면치 못했고 부실자산을 떠안은 은행은 공멸의 길을 걸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의 폭락으로 90년부터 96년까지 발생한 가계 및 기업의 자본손실은 840조 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도 비슷한 부동산 파동을 겪었다. 86년부터 89년까지 4년 간 영국의 집값은 연 평균 18% 이상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주택자금 대출은 해마다 23.6%씩 늘어났다.

이후 영국은 88년을 고비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상승 압박이 가시화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의 홍역을 치렀다.

주택가격 급락으로 주택담보가치도 동시에 하락, 91년에는 전체 주택수의 33%에 해당하는 755만가구가 은행권에 무더기로 압류됐다.

■그린스펀 "거품 붕괴는 없다"/美전문가도 정책 논란

주가에 이어 부동산시장에서도 거품이 빠지는 '더블 버블'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선제적 통화정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불을 지핀 것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그는 최근 의회 증언을 통해 부동산 경기 활황은 낮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금리와 실수요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며 거품 우려를 일축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저소득층 가구는 물론 1990년대 930만 명이나 증가한 미국 이민자들이 낮은 금리를 이용해 부동산시장에 뛰어들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리레아는 "거품이 터질 것 같지는 않다"며 "생긴다 해도 서서히 공기가 빠지는 양상(deflate)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마틴 펠드스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회장은 "과다 팽창된 통화정책으로 특히 부동산시장에서 자산거품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방은행 내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가져 올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거품 붕괴시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으려고 무리하게 금리인하 등의 경기부양 정책을 실시하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선례에 대한 경계심이다.

펠드스타인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추가 금리인하는 절대 이뤄져서는 안되며 자산거품의 급격한 붕괴가 이뤄지기 전에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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