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악몽에 시달리는 미국이 개인의 모든 사생활을 추적하는 거대한 감시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9·11테러가 조지 오웰이 예언한 '빅 브라더(Big Brother)' 의 망령을 현실세계로 불러냈다는 것이다. 이미 개인의 일상은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의 디지털정보로 노출되고 있다.신용카드 뒷면의 마그네틱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 비행기를 어디서 타고 어떤 차를 빌리는 지 체크하고 있다. 심지어 슈퍼마켓 카운터에 놓여있는 단말기에는 개인의 식생활 습관이 기록되고 있고 도서관의 대출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사상적 취향을 은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문제는 9·11테러 이후 이 같은 개인정보들이 연방수사관들의 손에 넘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리스 프리드먼 전미도서관협회(ALA) 회장은 "정보당국이 특이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개인을 추적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수십차례에 걸쳐 도서관의 인터넷사이트와 대출기록에 대한 정보를 수거해갔다"고 말했다.
감시장치는 더욱 더 첨단화하고 있고 생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추가 테러경고가 내려진 5월 메모리얼데이 당시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방문하려면 경찰의 범죄자파일과 얼굴을 대조해보는 특수카메라를 통과해야 했다. 얼굴 인식 카메라는 플로리다주 탐파에 이어 버지니아가 시 전역에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보스턴 로건공항을 비롯해 몇몇 공항도 이 장치의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와 함께 공항과 항공사들은 망막이나 목소리 등을 이용해 탑승객과 종업원 신분을 확인하는 장비도 들여올 계획이다.
출퇴근길도 감시대상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조만간 선보일 통행료 자동납부 장치는 지상의 작은 물체까지 포착하는 인공위성의 줌렌즈를 이용해 출퇴근 차량의 운전패턴을 일일이 추적하도록 돼 있다. 과속과 차선침범 등 교통법규 위반을 피해갈 길이 없어 보인다.
워싱턴 DC 거리의 감시카메라와 비디오 네트워크 시스템은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이 곳 경찰은 치안과 교통을 위해 도로는 물론 지하철과 학교 등에 1,000개가 넘는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전을 볼모로 자유와 인권이 희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시장치에 대한 맹신과 악용에 따른 부작용도 논란거리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의 배리 스타인하르트 이사는 "감시장치를 너무 믿다가는 잘못된 장소와 시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선량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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