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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정상회의/말만 번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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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정상회의/말만 번지르르

입력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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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지구정상회의 회의장에서는 103개국 대표들이 쏟아내는 화려한 수사들이 넘쳐났다. 정상들의 '말의 성찬'은 빈약한 내용의 이행계획 합의서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남아공의 하늘이 맑고 푸르더라도 '아직은 괜찮구나'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며 환경보전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기후 변화는 더 이상 회의적 전망이 아니라 끔찍한 현실"이라고 말했으며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 집(지구)이 불타고 있다"면서 "인류가 '생명'의 적이 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아프리카는 세계 양심의 슬픈 상처이므로 우리가 치유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일본은 자원이 없이도 고도성장을 이뤘다"면서 "개발에 중요한 것은 사람의 힘"이라고 자화자찬을 했다가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리우 회의 이후 10년이 흘렀으나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으며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꼭두각시나 거지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특히 짐바브웨의 백인 토지 몰수에 대한 영국의 개입을 거론하며 "블레어 총리는 영국을 통치하고 나는 짐바브웨를 통치하도록 내버려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정상회의 자리를 빌어 분쟁을 재연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팔레스타인이 독립을 원하면 우리는 독립을 제시했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하면 그것을 제시했다"며 "이스라엘이 왜 여기서까지 폭력 시위의 대상이 되는 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살만 엘-헤르피 남아공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에게 저지르는 범죄에 분노해 시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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