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힘없이 녹아 내리는 '얼음 펭귄'을 보세요.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종말을 재촉할 겁니다."환경을 주제로 한 행위예술가 최병수(42)씨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개발가능 정상회의(WSSD)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씨는 '떠다니는 대륙'이라는 주제로 얼음으로 만든 펭귄이 녹아 사라지는 것을 통해 남극 빙하의 소멸을 시사하는 퍼포먼스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해 외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최씨는 "수면이 상승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투발루 공화국에 대한 기사를 읽고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가면을 쓴 채 지구가 흘리는 피로 형상화한 와인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펼쳐 NGO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씨는 "미국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면서도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이번 회의가 끝나면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물에 잠기는 행위예술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진레이온 노동자 문제를 계기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최씨는 10년전 브라질 리우정상회의에서 쓰레기를 주제로 걸개그림을 발표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산림파괴, 무모한 수자원 개발, 북한산 관통터널 등 환경 위기를 경고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최씨는 "옛 어른들은 지렁이가 죽을까 봐 마당에 뜨거운 물조차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면서 "지렁이가 흙을 뒤엎어 우리의 삶을 보전한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이 바로 인간의 죽음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요하네스버그=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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