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의 달인' 이창호(李昌鎬·27) 9단과 '반집의 승부사' 안조영(安祚永·23) 7단이 올들어 타이틀을 놓고 두 번째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들 반집의 승부사는 한국일보사 주최, SK주식회사 후원으로 9일부터 한국기원에서 제33기 명인전(名人戰)이 도전 5번기를 벌인다.안조영은 지금까지 이창호와 모두 8번 만나 전패했다. 8패 가운데 반집 패가 3차례나 된다. 안조영은 특히 4·5월 열렸던 제36기 패왕전 결승전 1·2국에서 이창호의 '신산(神算)'에 걸려 연거푸 반집으로 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안조영이 이창호에게 8전 전패했던 기록이 말해주듯이, 이번 명인전에서도 이창호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승부는 속단할 수는 없다.
안조영은 97년 제1기 신예프로 10걸전 우승을 한 이래 성인 기전에서는 99년 제38기 최고위전과 올해 패왕전에서 준우승을 한 정도다.
반면 이창호는 현재 국내 기전 7관왕의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 1위의 최고수다. 이창호가 보유한 타이틀은 LG정유배, 왕위, 명인, 기성, 국수, 패왕, KBS바둑왕을 비롯, 응씨배, TV바둑 아시아바둑선수권 등 모두 9개다. 그리고 이창호는 정규 기전 도전기에서 후배나 동연배에게 져 본 적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올들어 이창호가 35승 11패(승률 7위·다승 8위), 안조영이 40승 12패(승률 5위·다승 6위)로 안조영이 개인 성적에 있어서 오히려 앞서 있다.
또 이번 명인전 도전자 선발 리그전에서 안조영은 조훈현, 유창혁, 최명훈, 목진석, 이세돌 등 당대 최고수들을 상대로 7전 전승의 파죽지세로 이기고 도전권을 따냈다. 리그 방식으로 도전권을 따는 타이틀전에서 전승을 기록한 것은 1998년 제32기 왕위전 때의 조훈현(7전 전승) 이후 처음이다. 안조영으로서는 이번 명인전에서 이창호에게 8전 전패의 불명예를 깨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올 패왕전에 이어 연속으로 도전권을 따낸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조영은 올 4·5월 패왕전에서 이창호에게 연거푸 반 집으로 패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안조영은 "반집승도 실력이기 때문에 반집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창호 선배의 기보를 하루도 빠짐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반집이 흔히 말하듯 결코 '신의 영역'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열리는 제1회 토요타 덴쇼배에 출전 중인 이창호도 후배인 안조영을 맞아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태세다. 안조영과의 8전 전승이 말해주듯이 이번 명인전에도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창호도 선배가 아닌 후배와 대결한다는 게 적지 않게 부담이 된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반집의 달인' 이창호와 '반집의 승부사' 안조영이 펼치는 이번 명인 도전기에서도 이전처럼 짜릿한 반집의 승부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바둑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예측이다. 8번 승부에서 세 번이나 반집으로 분패한 안조영이 이번 명인전에서는 반집의 승리를 거둘지 주목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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