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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구호품 배급 "제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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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구호품 배급 "제멋대로"

입력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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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필요한 구호물품을 빨리 보내 주세요."하루 하루 극한상황을 견디고 있는 상당수 수해지역 주민들에게 구호물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어 또다른 원성을 사고 있다.

피해정도와 주민수 등을 기준으로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지역에 따라 구호물품이 턱도 없이 모자라거나 남아돌 뿐 아니라, 불요불급한 물품이 엉뚱한 곳에 전달되기도 한다.

수재민들은 "가장 큰 원인은 물론 도로와 통신망이 미처 복구되지 않은 탓이지만 행정당국의 미숙한 처리로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더구나 가장 시급한 의약품의 지원이 늦어지고 있어 피부병을 비롯한 각종 수인성 전염병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구호물품 '빈익빈 부익부'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강원 강릉에는 2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아진 구호물품을 실은 대형트럭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3일까지 전혀 물품을 전달받지 못해 분개하거나 너무 많은 양을 받아놓고 난감해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수재민 130여명이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경포중학교에는 이날까지 모포 1장도 지원되지 않은 반면, 30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인근 마을에는 구호물품이 수십세트씩 밀려들고 있어 이 마을 주민들조차 혀를 차고 있다. 경포중에서 겨우 끼니만 해결하고 있는 김모(45·여)씨는 "강릉시청 공터에 구호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왜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가지 전체가 침수돼 도로는 물론, 전기 전화가 모두 끊긴 경북 김천의 대덕, 증산, 부항 등 3개면 주민 7,000여명은 나흘째 암흑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가장 급한 전등과 가스레인지, 자가발전 양수기 등은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다. 주민 문모(54)씨는 "지금까지 받은 것은 달랑 생수 한병 뿐"이라며 "자원봉사요원들이 제공해주는 식사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소주가 위문품으로 도착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북 무주지역에서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졌다. 생필품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소주 50박스가 위문품으로 도착한 것. 풍수면 주민 박모(42)씨는 "가족 4명이 모포 한장으로 밤을 지새고 있는데 무슨 술이냐"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 때문에 2일 경북 상주에서는 구호물품 배급에 따른 실랑이 끝에 성난 주민이 20㏄들이 휘발유통을 들고 면사무소로 들어가려다 제지를 받고 승용차를 불태우는 일까지 빚어졌다.

병에 걸린 수재민들은 더욱 고통스럽다. 강릉시 호남동 김모(60)씨는 "피부병에 걸려 시내 병원들을 다녀 봤지만 문을 연 곳도, 지원되는 의약품도 없다"며 발을 굴렀다. 강릉시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별로 비상용 응급약품과 의료기구들을 비치하고 있지만 상당량이 전시에만 사용토록 한 규정에 묶여 수재민에게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천=전준호기자 jhjun@hk.co.kr

강릉=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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