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1997년 검찰에 이정연(李正淵)씨 병역기록표 대신 타인의 병적표 뒷면을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과연 단순한 실수일까, 병적기록표 뒷면에 감춰진 비밀이 있는 것일까.검찰은 최근 97년 병무청 7급 직원 이재왕(李載汪)씨의 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시 제출받은 정연씨 병적기록표 뒷면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병적표 앞장의 신체검사란에 찢어진 흔적이 뒷면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뒷면 기재사항도 다른 점이 확인된 것.
당시 서울지방병무청 총무과장을 지낸 정병희(鄭炳熙) 의정부 병무사무소장은 "관리직원이 정연씨 병적표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병적표 뒷장이 잘못 합쳐진 것 같다"며 단순실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연씨 의혹이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병적표를 잘못 복사해 제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연씨 병적표 뒷면에 뭔가 말 못할 하자가 있어 병무청이 타인의 것을 대신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4개월여 전인 97년 7∼8월 은폐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김대업(金大業)씨측 주장도 의혹을 부풀리는 요인.
당초 정연씨 병적표 뒷면에서 제기된 의문은 2,3가지. 정연씨 면제판정 사유를 적은 백일서(白日瑞) 전 춘천병원 진료부장의 필체가 병적표 앞면과 다르고 백 전 부장의 면제판정일(91.2.12)이 병무청의 면제처분일자(91.2.11)보다 오히려 하루 늦다는 것이다.
또 "정연씨가 102보충대에서 나흘간 정밀신검을 받으며 복무했다"는 97년 8월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설명과는 달리 정연씨의 입대기간은 91년 2월11∼12일 이틀뿐이었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진료부장의 이름과 직인이 병적표 앞·뒷면에 모두 기재된 점도 석연치 않다. 김대업씨는 "당시 귀향조치자의 병적표 뒷면 판정사유란에는 신검과장 이모씨의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는데 유독 정연씨만 백 전 부장의 이름과 직인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병무청 간부나 외부인사가 병적기록표를 허위 제출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정 소장은 "검찰에 정식 제출한 병적표인지 확실치 않고, 국회에 공개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바꿔낼 필요도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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