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태풍의 피해 조사를 위해 북한산에 올랐다. 그런데 많은 등산객들이 주머니, 배낭, 비닐봉투 등에 도토리를 가득 채워 산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지난번에 설치한 '도토리 채취 금지' 안내판이 태풍에 날라간 탓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가는 것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에게 도토리는 그저 도토리묵을 만들 수 있는 재료에 불과하지만 다람쥐나 그 밖의 다른 야생 동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식량이다. 그들의 먹이를 뺏어간다면 머지 않아 다가올 겨울에 동물들은 굶어죽을 수도 있다. 선진국 국립공원들은 돌 하나, 풀 한 포기도 절대 바깥으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화분갈이를 한다며 국립공원의 흙과 이끼를 집으로 가져가고 추석 때는 송편을 만든다며 솔잎을 따가기 일쑤다. 자연을 보존하는 일은 국립공원 직원만이 할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 의식을 바꿔야 한다./송병용·북한산관리사무소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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