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포츠 라운지/5월 PGA 첫승 일군 "뚝심의 골퍼" 최경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포츠 라운지/5월 PGA 첫승 일군 "뚝심의 골퍼" 최경주

입력
2002.09.04 00:00
0 0

검게 그을린 얼굴, 딱 벌어진 어깨에 172㎝의 단신. 세계의 내로라 하는 골퍼들의 경연장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한국선수 최초로 정상에 오른 최경주(32·슈페리어)는 TV에서 보던 대로 다부진 인상이었다.최경주에게 5월6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PGA투어데뷔 후 첫 승(컴팩클래식)을 따낸 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홀을 끝내고 아내(김현정·31)와 감격적인 포옹을 하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던 최경주를 2일 만났다.

5일 개막되는 한국오픈(한양CC)에 출전한 뒤 출국할 예정인 그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게 하나 있었다. 당시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짧은 기사 한 토막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81만달러의 상금 가운데 10%를 뚝 떼 국내 자선단체와 미국현지의 교회에 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골퍼 최경주보다 인간 최경주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호기심이 동했다. "돈을 무덤까지 싸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나로 인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어진 그의 말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들이 좋아하는 사철나무나 별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차라리 고목나무가 좋다. 고목나무는 온갖 풍상을 겪고서도 항상 제자리에 있다. 쉽게 스타덤에 올랐다가 사라지는 별은 나중에 사람들이 기억조차 못한다. 하지만 고목나무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격동의 역사를 지켜본다"며 나름의 인생관을 피력했다.

은퇴 후에 복지관운영이 꿈인 최경주는 "골프나 인생이나 도전의 연속이다"고 말한다. "18홀을 돌 때마다 어느 홀에서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말 잘 나가다가도 마지막 홀에서 무너질 수 있는게 골프다"고 말한 그는 "최선을 다해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끝까지 전력을 다하지 않고 후회하면 소용없다. 나는 라운드 마지막까지 포기한 적이 없었고 덕분에 최후에 무너진 경우가 거의 없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99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10년 계획을 세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첫 승을 빨리 따냈다. 이제 내 목표의 한 부분을 달성했을 뿐이다." 그가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한 후 밝힌 소감이다. "골퍼만큼 많은 적을 가진 운동선수는 없다. 각기 틀린 14개의 클럽과 18홀, 벙커, 러프, 바람, 그리고 많은 경쟁자. 또 50%가 멘탈에 좌우되는 경기. 이 가운데 최대의 적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연습외에는 없다." 바로 최경주의 지론이다.

일찍이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골프의 묘수를 터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명언을 남긴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의 말은 스코어는 연습의 결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최경주가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미국에 건너 간 뒤 단 한루도 연습을 거른적이 없다는 최경주는 "언젠가는 9시간이나 연습을 해 손이 아프고 온몸이 쑤실 정도였다"고 들려주었다. 훈련파트너인 V J 싱(피지)도 최경주 못지않은 연습벌레로 소문나 있다. 한번은 한달간 싱과 누가 더 오래 볼을 치나 하고 경쟁을 했단다. 투어가 없는 날에는 보통 7시간씩 연습에 몰두한다. "서로 지지않으려고 막판까지 버티다가 싱이 먼저 돌아간 적도 있고 내가 먼저 짐을 싼 경우도 있었다"며 최경주는 웃음을 지었다.

컴팩클래식 우승이후 그에 대한 대접도 달라졌다. 미국진출 초창기에는 자원봉사자들도 알아보지 못했으나 이제는 먼저 알아볼 정도다. 뿐만 아니다. 우승 전에는 대회주최측이 톱클래스선수들에 비해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차를 배정했는데 이제는 최고급차를 준다. 또 상위랭커들과 같은 조에 배정할 정도로 최경주를 배려하고 있다. 대회등록기간에 주최측과 자원봉사자들도 몰라봐 이리저리 헤매는 일은 이제 옛날 이야기다.

미국진출 초기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낯선 곳으로 계속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다. 또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대화상대도 없었다"는 최경주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나중에는 연습에 몰두하면서 긴장감을 덜었다"고 초창기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제는 연습이 취미가 되어 버렸다.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흔한 가족여행 한번 가지 못했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없애기 위해 모든 계획을 연습위주로 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스트레스와 고독감이 오히려 더 빨리 미국무대에 적응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오늘의 최경주가 있기까지 부인 김현정씨의 내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경주는 "투어 때문에 툭하면 한달에 2∼4주씩 집을 비우기 일쑤다. 집사람이 애들도 잘 키우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내색을 하지 않고 참아준 게 고마울 따름이다. 힘들 때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고 말한다.

최경주는 "처음에는 실력차가 있어 위축됐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약간의 갭이 있지만 언제든지 타이거 우즈도 이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자신감도 있다"며 자리를 떴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프로필

1970년 5월19일 전남 완도생

172㎝,80㎏

화흥초(84)-완도중(87)-완도수산고를 거쳐 서울 한서고졸(90)

93년 프로데뷔, 99년 일본프로골프(JPGA),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

국내 8승, 일본 1승, PGA 1승

부인 김현정(31)씨와의 사이에 아들 호준(6) 딸 신영(1)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