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 '평화 정착을 전제로 한 남북 협력'으로 요약되는 대북 정책 구상을 적극적으로 알렸다.이 후보는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江 주석과 만나 "최근 남북간에 여러 차례 합의되고도 이행되지 않는 일이 거듭되는 것은 근본적 평화 구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때문"이라며 우선적 평화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江 주석에게 지난달 발표한 '이회창의 평화정책'을 일일이 설명했다. 江 주석은 이에 "이 후보의 좋은 생각을 확고한 방향과 안정적 절차로 잘 풀어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江 주석은 그러나 이 후보가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며 인도주의적 해결을 요청한 데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江 주석은 탈북자 문제가 제기되자 부담을 느낀 듯 서둘러 말문을 닫아 면담은 예정된 1시간보다 짧은 35분 만에 끝났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江 주석이 평화 정착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만도 큰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후보의 대북 정책 구상 홍보는 이어 열린 다이빙궈(戴秉國) 중국공산당 연락부장과의 만찬에서도 반복됐다. 앞서 전날 쩡칭훙(曾慶紅) 조직부장과의 만찬에서도 같은 내용이었다. 戴 부장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曾 부장과 함께 중국공산당의 내로라 하는 핵심 실세이다.
4일 만찬을 주재하는 황쥐(黃菊)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역시 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曾 부장과 같이 '상하이방'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이 후보측은 "江 주석과의 면담은 물론 방중 내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들로부터 만찬을 대접 받는 등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며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이 후보의 깊은 식견과 소신을 알린 것은 더욱 뜻깊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가 장바이파(張百發) 전 베이징(北京)시장 등 지한파 20여명을 초청한 오찬에선 한중수교의 주역인 중국공산당 리수정(李淑錚) 전 대외연락부장이 "대통령 선거에서 원만하게 성공하길 바란다"고 인사,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제 입으로 대통령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지만 내년에는 한국이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변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베이징=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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