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워싱턴 아메리칸대학에 1년 기한으로 연수온 회사원 L(37)씨는 미국에 입국한 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9·11 테러후 주소지인 버지니아주 정부가 2종류의 사진증명서(Photo ID) 뿐아니라 집 전세계약서 등 거주증명서를 제출해야 면허응시가 가능하도록했기 때문이다. 테러 전만해도 유학생이나 상사주재원들은 여권만 있으면 간단한 시험을 거쳐 운전면허를 딸 수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당장 은행계좌개설을 할 수 없는 등 정착단계에서 심한 애로를 겪는다.
외국인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8월 들어 주정부 당국이 해당국의 신분증(한국의 경우 주민등록증)이 진짜라는 확인을 총영사관에서 받아올 경우 제2의 사진신분증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감시에 모든 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무부는 올들어 영국등 20여개 유럽국가와 일본 등 비자면제국을 제외한 나라 국민들에 대한 비자발급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아랍국가 국민에 대해서는 마치 범죄용의자를 뒷조사하듯 만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웬만한 나라에서 미국행 비자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돼버렸다. 관광비자의 경우 통상 6개월을 주던 체류기한을 1개월로 단축하는 법안도 추진중이다.
미 이민귀화국(INS)은 또 올 7월부터 영주권자를 포함해 모든 외국인들에게 주소를 이전할 경우 1주일 이내에 당국에 신고토록했다. 종전에는 1개월내에 차량관리국(DMV)에 운전면허에 기재되는 주소를 변경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INS에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을 물거나 영주권 취소 또는 추방을 당한다.
미 정부는 나아가 해외유학생에 대한 치밀한 감시체제를 편성했다. 유학생 감시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모하메드 아타 등 9·11테러의 용의자 3명이 학생비자로 미국에 입국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학생비자추적법을 제정해 각 대학이 외국학생들의 등록 및 학업실태를 철저히 추적 보고토록 의무화했다. 각 대학은 '학생 및 교환방문정보체제(SEVIS)'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내년 1월말까지 운용해야만 한다.
SEVIS는 학교에 등록된 학생비자 보유자들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강의시간표 등 세세한 정보를 입력해뒀다가 연방정부가 원할 경우 24시간 이내에 보고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외국학생이 일정기간 결강하거나 중퇴하면 즉각 INS에 통보하고 매학기후 학생들의 신분 변동 상황에 대해서도 보고된다. 과거에는 학생비자로 입국한 사람은 6개월 이내에만 학교에 등록하면 됐지만 이제는 1달 이내에 하지 않으면 즉각 출국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자유와 기회를 찾아온 이민들이 건설한 나라 미국. 이곳에서 지금 외국인들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는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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