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총리 부서(副署)가 없는 정부 문서를 반송, '총리 부재 상황'이 정부와 국회의 일상 업무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기획예산처는 지난달 말 '부담금 운영 보고서'와 '기금 운영 보고서'를 인편으로 국회에 보냈으나 국회는 문서 형식 미비를 이유로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 이어 2일에는 '2001 회계연도 세입세출결산' 등 8건의 문서가 내용증명으로 국회에 도착했으나 국회는 3일 이를 반송했다. 앞서 되돌려 보낸 2건의 문서도 이날 내용증명으로 다시 국회에 왔지만 국회는 마찬가지로 반송을 결정했다.
국회사무처는 "총리 부서가 없는 문서여서 위헌"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는 헌법 82조 규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부서 없는 공문을 보낸 데에는 사정이 있다. 예산회계법 등 관련법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세입세출결산 등의 공문을 정기국회 개회일인 2일까지는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법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어 문서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뒤 "총리가 공석이 돼 부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부서 결여는 불가피한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간에도 위헌 논란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와 정부의 신경전은 국회의 분위기 변화가 직접적인 요인이다. 정부·여당이 국회를 주도하던 과거에는 관례 등을 이유로 국회가 특별한 이의를 달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현재는 그런 편법이 어렵다.
어쨌든 정부 문서가 국회에 전달되지 못함으로써 정부와 국회는 본의 아니게 관련법 규정을 어긴 상황이 됐다. 국회 일정도 부분적인 차질이 예상된다. 국회의 각 상임위는 2일의 공문 제출 시한에 맞춰 3일부터 다음 주까지 세입세출결산 심의 일정을 잡아 놓았기 때문에 심의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국회는 장상(張裳) 전 총리서리가 부서한 정부 문서를 접수한 예를 들어 "총리서리를 빨리 임명하거나 총리대행을 지명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래서 정부나 국회나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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