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 지나치군. 뮤지컬 '유린 타운'('오줌 마을'이란 뜻)에서 그런 것을 느꼈다면, 과민반응일까. 뮤지컬컴퍼니 신시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이 브로드웨이 히트작은 끝없이 익살을 떠는 요절복통 코미디다. 그러나 신랄한 풍자와 엉뚱한 재치가 지나쳐 최후의 진지함마저 잡아먹는 게 문제다. 한참 열변을 늘어놓더니, 그게 모두 헛소리라고?줄거리가 별나다. 극심한 물 부족에 공중변소에서만 용변을 보도록 된 한 도시에서, 유료화장실을 독점운영하는 악덕기업주의 횡포에 맞서 주민들이 배변의 자유를 외치며 폭동을 일으킨다. 이를 묘사하기 위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장엄한 민중 봉기 장면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유린 타운'은 코믹 터치로 일관한다. 심각해야 할 순간조차 웃음거리가 된다. 주민 폭동을 이끈 청년의 죽음은 "유통기한 끝"으로 표현되고, 죽은 청년은 머리 위에 퍼런 형광등을 두른 천사로 나타나 관객을 웃긴다. 결말은 더 기이하다. 투쟁이 성공한 뒤 도시가 잠시 좋아졌다가 다시 엉망진창이 됐다고 전한다. 이 냉소적 결말은 현실을 돌아보는 쓰라린 반성이 될 수도 있으련만, 가볍디 가벼운 극 전반의 분위기는 그런 생각조차 잊게 만든다.
웃고 즐기기엔 좋다. 그러나 메시지를 따지기 시작하면 재미없어진다. 화장실 관리인 이태원, 악덕기업주 남경읍, 주민 봉기를 이끄는 청년 이건명 등이 열연하고 있다. 22일까지.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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