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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大入제도 수요자 눈높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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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大入제도 수요자 눈높이서

입력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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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수학한 고교생의 2005학년도 수능시험과 학생부의 대입 반영에 관한 문제가 학부모와 수험생은 물론 대학입시 관계자들에게도 큰 짐이 되고 있다. 교육과정과 대입전형의 변화는 우리 정서에서는 '바늘과 실' 관계이면서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이 그러하듯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의 관계도 모두 만족하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양면성의 공존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대입 전형에 관한 제7차 교육과정에서 학생부와 2005학년도 수능의 활용은 현재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단지 교과목 수를 줄여 학습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된 각 대학의 전형 방법에 대해 일부에서 적지않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새 수능제도가 제7차 교육과정의 틀에 맞추어 달라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다양한 특성의 다양한 사람을 표준화한 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에서는 수능의 활용이 대학의 자율적인 사항이라고 하지만, 대학은 제도적 제한이 많은 현행 입시제도에서 수능 이외의 대안은 없는 듯 하다. 대입전형에서 수능 위주의 대입전형제도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교과 과정의 변화가 있더라도 대입 전형은 변화할 만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2005학년도 대입전형 방식은 결국 수험생의 학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당연하고 좋은 취지라도 세부적인 방법에서 일관된 교육제도와 부딪히는 일이 발생한다면 수요 시장을 어느 정도 분석하여 이를 어우르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있는 입시제도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대학의 기본 취지보다는 변화한 제도에 대한 방법론을 싸고 그 득실을 따지기 때문에 좋은 취지가 훼손될 공산도 크다. 따라서 우리는 득실을 생각하기보다는 좋은 취지를 따를 수 있도록 수요자를 다독거리는 긍정적인 방안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우선 제도의 도입 및 정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견의 차이는 교육 수요자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과거에는 교육 주체가 수요자를 이끌고 가는 방향으로 대입제도의 방법론을 다듬어 온 편이었다. 이제는 학문의 발전을 위한 변화와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위한 변화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데 수요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특성과 자질이 있는지를 살펴 이 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2005학년도 입시안의 문제는 무엇보다 지원 자격에 관한 형평성에 있다. 우선 이수 단위와 관련한 지원 자격의 형평성 문제를 보자. 각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취득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7차 교육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가 모두 일반 및 심화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의 사정에 따라 특정 교과목의 개설 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부의 의존도가 큰 수시모집의 경우 대입자격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특정 모집 단위의 지정교과와 이수 단위와 관련해 특목고 출신자 또는 재수생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세부사항의 조기 확정이다.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처음 시행되는 대입이라서 혼선이 예상된다. 이 혼선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고, 좋은 대학에 많은 합격자를 내려는 고등학교의 교과과정 운영에서, 또 우수한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확정의 시기를 늦추려는 대학의 속셈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다.

모든 일은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착오 없이 이루어진 일은 그 완성도를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각 대학은 한번에 성공적인 입시를 치루기 위해 오래 연구하기 보다는 수요자를 염두에 두고 입시 세부사항을 가능한 한 조기 공지해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기태 경희대 입학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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