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과 덤프트럭만 들어와도 우리 동네를 깨끗이 치울 텐데…."수재민들이 절망의 폐허 위에서 복구작업에 한창이지만 정작 거리를 청소하고 끊어진 다리와 제방을 임시로라도 연결해야 할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수해복구가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도로 곳곳에는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되고 폐사한 가축 등이 썩으면서 악취가 진동, 전염병마저 우려되고 있다.
▶장비 없어 복구지연
120여명이 사망·실종되고 2만2,800여 주택과 2,000여㏊의 농경지가 침수된 이번 태풍의 최대 피해지역인 강원도에 투입된 장비는 3일 현재 740여대에 불과하다.
강릉의 경우 현재 진입이 가능한 곳의 응급복구를 위해서는 굴삭기·덤프트럭 등 중장비만도 300여대가 필요하지만 투입된 중장비는 150∼200여대뿐. 복구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도심 곳곳이 황토로 뒤덮여 있고 배출된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강릉시 강남동 김호천(金浩川·37)씨는 "급수차, 포크레인, 덤프트럭만 들어와도 복구가 빨리 이뤄질 수 있을 텐데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봐도 트럭 한대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복구율 10%내외
충북 영동지역에도 굴착기, 덤프트럭 등 220여대의 중장비가 투입됐지만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탓에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의 응급복구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유실된 농경지 복구는 커녕 가옥복구, 부유쓰레기 처리 조차 손도 못대고 있다.
경남 합천지역에는 최소한 100여대의 장비가 필요하지만 투입된 장비는 포클레인 15대와 덤프트럭 27대 등 45대가 고작이다. 이 때문에 복구 2일째인 합천군의 응급복구율은 10%를 밑돌고 있다.
덕곡면 서쌍조(徐雙祚·44) 총무계장은 "물이 빠진 25㏊의 벼논을 뒤덮고 있는 각종 쓰레기 조차 수거하지 못하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립지역은 삽과 괭이로 복구
고립지역 수재민들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자체적인 복구를 하다 보니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복구가 더디다. 몇 대 안되는 중장비들은 기름이 떨어져 고철덩어리로 서있으며 생필품마저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고립지역인 영동군 상촌면 임대리 최문수(崔文洙·41)씨는 "복구 장비가 없어 삽과 괭이 등으로 복구작업을 하다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며 "삽과 곡괭이마저도 부족해 방안에 가득 찬 흙을 합판을 잘라 퍼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력도 태부족
현재 강원도에 투입된 인력은 1만6,000여명, 충북 영동군은 2,500여명, 경남 합천군은 645명이 투입됐지만 인력 부족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지 군인 경찰 공무원 등 가용 인원이 총동원됐지만 인력부족으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게 수재민들의 하소연이다.
각 시·군 재해대책본부에는 "복구장비와 인력을 보내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가 한정돼 있어 추가 지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재민들은 한결같이 추석 전에 응급복구라도 마치려면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배용덕(裵龍德·43)씨는 "침수가옥에 대한 복구에도 집 한채 당 10여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며 "장비지원은 둘째 치더라도 외부에서 복구인력이라도 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충북도 등 지자체들도 태풍 피해를 입지 않은 시·군 자원봉사 센터의 도움을 얻어 개인이 소유한 장비와 인력을 복구현장에 보내는 운동에 나서고 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동=한덕동기자 ddhan@hk.co.kr
천=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