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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성격딴판 남편과 황혼이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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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성격딴판 남편과 황혼이혼 원해

입력
200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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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막 60대에 접어든 주부입니다. 세 자녀는 모두 출가했고 남편과 단 둘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중매 결혼한 남편과 저는 성격도 취향도 딴판입니다. 젊은 시절 부부싸움도 많이 했지만 자녀들을 위해서 참고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지금도 주변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인데 참고 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기를 원합니다.

문제는 남편이 동의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거나, 이혼사유가 될 만한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도 이혼이 될 수 있을까요? (서울 여의도동 이씨)

A:자녀들을 위해 참고 지내시느라 반평생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셨군요. 이제 남은 인생 20년을 놓고 결단을 하느냐, 마느냐의 고민이 크시겠습니다. 문맥으로 보아 이미 법률적인 간단한 상담은 해보신 것 같군요.

황혼기의 합의이혼 방법보다 제 눈에는 댁 마음 속 도덕심과 분노 사이의 갈등이 더 문제인 것 같군요. 추측컨대 남편께서는 은퇴 후 약간의 일과 수입을 가지고 있으신 분 같군요. 그 양반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법 없이도 살 분이지만 부부간에는 말없고, 멋 없고, 재미 없고, 젊어서도 성생활을 이끌고 즐길 줄 몰랐던 골샌님으로 보입니다. 반면 댁은 활달하고, 활동적이고, 독자적인 경제기반도 지니고 있으신 분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내용을 모르는 자식들이나 주위에서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남자의 극성맞은 아내"로 댁을 보겠지요. 성격부조화에서 이혼까지 생각하는 부부간의 심각한 갈등을 두고 흔히 그 책임이 각기 반반이라고 하지만 실은 어느 한쪽의 성격 문제가 심각해서 오는 것입니다. 다른 쪽은 상대를 하다 보니 고통스러워 반사적으로 비뚤어지게 되지요.

그런데 문제는 노년이 되면 원래의 성격이 더 굳어지는 데다 완충역할을 하던 자식들마저 빠져 나가게 되어 부부간 긴장과 고통이 더 심해집니다. 댁 부부 각자 경제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계시다면 별거를 권하겠습니다. 근교에 전세를 얻거나 지방의 종교시설, 외국 친척집 등 어느 한쪽이 옮겨 장기체류를 해보는 방법이 우선 무난하다고 봅니다. 다 큰 자식이라도 부모의 이혼은 심적 타격을 주기 때문에 그들이 말로는 "마음대로 하세요. 따르겠습니다"라고 해도 속지 마십시오. 더구나 사돈댁 눈도 있지요. 별거로 가기 전에 한번은 전문가를 찾아 심층상담을 받아보십시오.

/조두영 서울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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