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증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메리츠증권 부산지점 박윤신(55·사진) 투자상담사는 이렇게 고객과의 대화를 시작하며 하루를 연다. 귀에 익은 문구지만 '날씨'가 아니라 '증시'라는게 특이하다. 20년 기상예보관 경험이 증권맨으로 변신한 후에도 이렇게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년 습관이 어디 가겠습니까?"
그는 1969년 중앙관상대(현 기상청)에 들어간 후 한국에서 10년, 사우디에서 10년 등 통틀어 20년을 기상예보관으로 날씨 예측에만 몸담았다. 그런 만큼 돌연 주식시장 예측으로 업종을 바꾼 그의 경력은 독특하다.
"사우디에 있을 때 향수를 달래려 국내 신문을 꼼꼼히 읽다가 증권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증시에 대한 관심은 귀국 후 직접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88년 귀국한 뒤부터 기상예보관 생활을 그만두고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멋모르고 하다가 혼쭐도 많이 났죠. 사우디에서 번 돈을 다 털리고 나니까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증시 공부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3월 마침내 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고 곧바로 메리츠증권 부산지점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기상청에서 그의 업무가 전국 곳곳에서 올라오는 기상정보를 분석해 일기도를 만드는 일이었던 것처럼 투자상담사로서 그의 역할도 사회 전반의 정보는 물론 군중심리까지 고려해 '증시도'를 작성하고 고객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대기순환은 경기순환, 기단의 움직임은 증시 시황과 비슷해요. 기상 이변은 9·11 테러 같이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돌발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문가답게 그는 하반기 증시 기상도를 거침없이 그려냈다. "최근의 주식시장 침체는 엘리뇨 같은 미국시장 불황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국내기업 최대 실적이라는 고기압권의 영향을 받아 하반기는 상쾌한 가을날씨 같은 증시가 될 겁니다." 박 상담사는 "늦게 입문한 증시 업무가 꽤 매력적"이라며 "날씨 예보와 접목시켜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투자자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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