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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불, 중독, 바람" 전/불길 모습 담은 대형스크린 도발적 향수 냄새 어우러져/"지하주차장으로 불구경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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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불, 중독, 바람" 전/불길 모습 담은 대형스크린 도발적 향수 냄새 어우러져/"지하주차장으로 불구경 오세요"

입력
200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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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이 불타고 있다. 한데 그 불길이 뜨겁지만은 않다. 막 불어오기 시작한 가을 바람 같은 청량감을 보는 이들에게 남긴다. 조각가 유현미(38)씨가 7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여는 '불, 중독, 바람' 전이다.미술관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3면의 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석윳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끝도 없이 전개된다. 입구 옆에 놓인 대형 선풍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바람에 작가가 살짝 뿌려놓은 '중독'이라는 이름의 향수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타오르는 불길의 모습과 어울린 향수의 냄새는 묘하게 도발적이다.

"관객에게 특별히 뭘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 공간의 이미지만 갖고 돌아가셨으면 합니다." 작가는 시각 이외의 감각, 후각과 청각을 동원해 미술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통상 설치작품에서 느껴지는 난해함이 아니라, 불 구경이나 한번 온 몸으로 해보라는 것이다.

아트선재센터는 98년부터 지하 주차장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주차장 프로젝트'를 해왔다. 유씨의 이번 설치는 네번째로, 개인전은 처음이다. 그는 작업실 마당에 석유를 붓고 그 불타는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했다. 그간 국내외에서 9차례 개인전을 열며 촉망받은 작가인 그의 허공에 매달린 계단, 거대한 퍼즐 등을 만들어온 이전 작업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진짜 해보고 싶었던 작업입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섬뜩한 불구경을 하지만 주차장을 빠져나오면 잠시 낙엽길 산책 갔다 온듯한 기분이다. (02)733-894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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