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0여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할퀴고 간 독일은 놀라운 속도로 수마의 악몽을 떨쳐 버리고 있다. 사망자 20여명, 이재민 430만여명, 재산 피해액 최소 150억 유로(18조원) 등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재난 위기를 맞은 독일의 수해 복구 노하우는 철저한 고통 분담이다.홍수가 절정에 달하던 18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50억 유로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해 복구비 지원안을 신속히 발표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개인 및 기업의 소득세 감면 계획을 2004년까지 연기하고, 2003년 법인세를 1.5% 인상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감세 무산으로 69억 유로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재계의 거센 반발이 우려됐지만 독일산업연맹(BDI)은 오히려 98억 유로의 특별부흥원조기금을 내놓겠다며 지원했다.
언론들도 "재난을 함께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루자"는 메시지로 국민들의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7개 주의 농토가 완전 침수돼 곡물류 피해액만 15억 유로로 추산되는 등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가격 폭등이 우려됐지만 사재기 사태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도 언론의 끈질긴 설득 덕분이다.
홍수가 휩쓸고 간 2주 내내 모래 주머니를 나르고 박물관의 문화 유산을 손수 안전지대로 나르던 시민들의 손길도 여전히 바쁘다. 150년 만에 범람한 엘베강 유역에는 의료봉사대가 몰려와 수인성 전염병 예방 작업에 한창이다. 미약한 경제 기반마저 완전히 와해된 구 동독 지역에는 "주민보다 자원봉사자가 많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난개발 등으로 스스로 재앙을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높다. 무리한 농지 및 택지 확장, 수로 일직선화 공사 등으로 범람을 자초한 엘베강과 라인강에 대한 하천 원형 복원 프로젝트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각 주 정부는 특수 카메라 등 첨단 장비로 지역별 수십 개 교각과 제방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앞으로 독일 역사책에 홍수라는 단어는 없다"고 보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