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전국을 강타하는 동안 TV가 재난 방송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8월31일 오전부터 뉴스특보를 편성하는 등 31일과 1일 이틀 동안 평소보다 뉴스 시간을 약 2∼3시간 늘려 태풍 피해를 보도했으나, 주말 낮 시간대 드라마 재방송을 그대로 내보내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KBS는 1TV를 통해 31일 오전 5시 태풍관련 첫 뉴스 특보를 방송하고, '뉴스9' 등을 연장하는 등 약 10차례의 뉴스특보를 방송했다. MBC는 31일 오전 9시30분 뉴스부터 특보 체제에 돌입한 뒤, 정오뉴스부터 시간을 늘리는 등 신경을 썼다. SBS 역시 31일 오전 6시 뉴스속보를 내보낸데 이어, 5차례 뉴스특보를 더 편성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태풍 루사에 관한 특보를 전면적으로 방송했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는 태풍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재방송이나 쇼·오락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던 데 대해 분통을 터트리는 의견이 속속 올라 있다. "강릉 시내가 침수되고 있는데도, 안내방송 한마디 없이 쓸데없는 드라마를 송출하고 있다"(MBC 시청자게시판, 석영홍), "최악의 수마라고요? 방송보도는 아닌 것 같은데. 노래하고 춤추고 영화하고 드라마를 하고 있다"(KBS뉴스 시청자게시판, 김대한), "정규방송 아래 작은 글씨로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사상 최대 재난이라면서 재방송만 내보내고 있다"(SBS뉴스 자유게시판, 태풍루사의 피해자) 등.
MBC의 편성관계자는 "평일 낮과는 달리 주말 낮 시간대는 정규 편성이 돼 있어 이를 대폭 수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너그럽게 봐 줘도 1959년 사라 태풍 이후 최대의 자연 재해 앞에서 드라마를 재방영한 방송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공영방송이란 이름을 부끄럽게 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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