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장수촌 오키나와를 25년간 연구, 장수의 비결을 파헤친 '오키나와프로그램'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일본과 대만 사이에 위치한 오키나와섬은 세계에서 100세 이상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전체 130만 인구 가운데 100세 이상의 장수자가 400명이 넘는데 이는 미국과 비교하면 6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심장병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발생률도 극히 낮다.오키나와프로그램의 핵심은 장수에 관한 상식들을 과학으로 검증했다는 점이다. 즉 건강한 동맥이 장수의 밑거름이며, 날씬할수록 건강하다, 암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생선섭취가 많을수록 유방암발생이 낮다는 사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장수의 원인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각각 나누어 본다면 이 책은 환경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장수의 비결을 찾아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진시황이 찾아 헤맸던 불로장수의 비법(秘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수에 관한 미신을 깨뜨리고 철저히 과학에 근거해 오키나와 사람들의 음식과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있다. 치매에 좋은 은행, 정제하지 않은 복합탄수화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콩류, 해조류, 오키나와 지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쓴 멜론인 여주 등 이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영양학적으로 분석했다. 또 활동적인 오키나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관찰, 장수하기 위해서는 무산소, 유산소 운동과 유연성을 구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 반, 무당 반'이라는 오키나와속담에서 드러나듯 장수를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 못지않게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
배우자나 주변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인생의 의미와 살아가는 용기를 얻기 위해 정신적인 자양분을 필요로 한다. 건강에 대한 믿음, 사회적 관계 강화, 지나간 일들을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적응성 등이 오키나와 장수자들의 미덕으로 꼽히고 있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건강식단과 행동지침 등을 포함, 장수를 위한 '4주플랜'을 제시하고 있다. '매일 10종류의 야채와 과일을 먹어라' '매일 3종류의 칼슘식품을 먹어라' '차를 많이 마시고 칡가루를 요리에 듬뿍 넣어라' '신선한 물과 차를 매일 마셔라' 등 상식에 가까운 얘기들이다. 장수란 매일 되풀이되는 상식적인 삶의 결과물이라는 이야기이다. 청림출판. 1만3,000원.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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