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루사'로 전국 각지의 문화재 피해도 잇따랐다. 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파악된 문화재 피해 현황은 국가지정 23건, 시도지정 33건 등 총 56건이며, 피해액은 27억여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가장 피해가 큰 것은 산자락이나 하천 변 등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 천지연 서쪽 비탈(250m 가량)의 사태로 천연기념물 379호인 천지연 난대림 지대가 훼손되고 천연기념물 163호인 담팔수 한 그루가 유실돼 총 1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천연기념물 297호인 경북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의 왕버들 나무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부러지고 밑둥이 떠내려가버렸다. 이 나무는 수령 300년에 높이 19m, 둘레 4.2m로, 국내 왕버들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꼽힌다.
사적으로는 부산 금정구 금정동 생지봉(해발 638m)에 자리한 금정산성(사적 215호)의 제1 망루가 붕괴됐다. 목조 건축물인 이 망루는 2000년 태풍 '사오마이' 때도 무너져 보수를 했던 곳으로, 이번 복구에는 2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그외 유형문화재 피해는 대부분 기와나 담장, 석축 일부가 훼손되는 등 경미한 피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원 강릉시의 경우 경포대(강원 유형문화재 6호) 석축 훼손 등 11건의 문화재 피해가 발생했으나 큰 사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헌은 피해가 전혀 없으며 선교장은 문화재는 손상이 없으나 옆의 부속건물인 공방 일부가 유실됐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문화재는 아니나 에디슨의 발명품 등을 소장하고 있는 강릉의 참소리박물관도 피해가 전무하다고 박물관측이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적어 천만다행"이라면서 "사상 최악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옛 건축물들이 큰 피해를 면한 것은 풍수지리 덕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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