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발표된 뒤 충격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일본 언론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결단과 대화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부터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미리 딴죽을 거는 논조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어지럽게 혼재하고 있다. 언론이 연일 동원하는 전문가들도 나름대로 분석을 제시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시원하게 회담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그래도 정상회담인데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짐작을 할 뿐이다.
자민당내 견해도 엇갈린다. 당 원로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자기 책임 하에 방북을 단행하는 것은 정치가로서 매우 좋은 일이며 강력히 지지한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아소 타로(麻生太郞) 정조회장은 "올가미가 아닌지 모르겠다. 북한은 무서운 상대"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야당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국민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토를 달았다. 여야의 일부 반북 성향 의원들은 "납치된 11명을 모두 데리고 올 수 없으면 회담을 중지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와중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지금 일본은 2년 전 남북 정상회담 직전의 한국과 아주 흡사하다.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민족사적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한국에서 흥분이 더 강했을 뿐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여곡절을 보면 회담 후의 혼란은 더 크다. 북일 정상회담도 설사 국교정상화 교섭에 오른다 하더라도 길고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정상회담은 어디까지나 돌파구를 여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차분히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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