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재일 조총련의 비공식 조직인 '학습조'를 해산하라고 지시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일본 공안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지난달 9∼17일 북한을 방문한 허종만(許宗萬) 조총련 책임 부의장은 이같은 지시를 받아 앞으로 2주일 이내에 전국의 학습조를 해산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허 부의장이 받은 지령에는 총련계 초·중학교에 걸려 있는 김일성(金日成) 주석과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철거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 위원장이 대일 공작조직으로 여겨져 온 학습조를 해산토록 한 것은 17일 열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지 10년이 돼 가는 마당에 일인지배 체제의 유풍이, 그것도 관계 개선 대상국의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든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마다 김 부자의 초상이 걸려 있는 상황은 누가 보든 간에 정상적인 국교 관계를 맺기에 바람직한 인상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도 이와 같은 상황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학습조는 북한 노동당에 절대적 충성을 맹세하는 조직으로 한때 회원이 5,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00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조총련은 그 동안 학습조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특히 학습조 폐지 배경에는 경제적 이해 관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총련계 파산 신용조합 재건 과정에서 일부 새 신용조합 이사진이 학습조 간부 출신이라는 논란으로 공적 자금 투입 대상에서 제외될 형편에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떤 식으로든 무마하려는 방안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조총련측은 이에 따라 도산한 5개 신용조합을 인수할 새 신용조합에 일본 정부가 신속히 공적 자금을 투입해 정리와 회생을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편 민단측은 "정상회담이 북·일 국교 정상화에 큰 진전을 가져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공헌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