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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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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의 딜레마

입력
200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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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최근 1∼2년 사이 무선호출기(삐삐)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해 호출기 서비스업체와 정보통신부, 가입자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호출기는 휴대폰에 밀려 이제는 추억의 이동통신 단말기로 전락했지만 아직도 '충성스런' 가입자가 17만6,532명(8월 현재)에 달한다. 그러나 호출기를 생산하던 중소·벤처기업들이 줄줄이 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애프터서비스(AS)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됐다.

1997년 최고 전성기 때 20개가 넘었던 호출기 메이커는 현재 극소수의 주문생산업체 말고는 전문메이커가 1곳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012 호출기 가입자인 진용욱씨는 "서비스업체에 고장수리를 요청했더니 새로 구입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새 호출기를 구입해도 AS 보장기간이 한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원성이 높다"고 전했다.

서비스업체들을 나무라기도 힘든 상황이다. 서비스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호출기 물량은 제조업체들이 호출기 사업에서 발을 빼기 이전에 공급한 재고분에 불과해 시간이 지날수록 재고가 바닥이 나며 가입자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유일하게 전국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테크텔레콤 관계자는 "급하면 업체에 부탁해 호출기를 주문생산할 수 있지만 고객층이 워낙 얇아 안정적으로 신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호출기 가입자 감소세가 올들어 둔화했다"며 "아직까지 호출기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앞으로도 가입을 해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입자수가 1,000∼3,000여명에 불과한 서울이동통신과 아이저비전, 세림이동통신, 셀티스 등 지역사업자의 처지는 더욱 궁색하다. 호출기 서비스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가입자가 적기 때문.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사용자가 한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서비스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들 업체를 호출기 사업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임의로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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