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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오이값 1주새 117·43%↑… 이번엔 "물가태풍"/"그나마 물량조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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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오이값 1주새 117·43%↑… 이번엔 "물가태풍"/"그나마 물량조차 없어요"

입력
200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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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거의 전쟁입니다. 물건이 있어야지요. 경매사 생활 20년 동안 요즘 같은 때는 처음입니다." 2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갓 끝난 경매를 마치고 발길을 돌린 경매사 한흥기 차장은 "가격에 욕심을 내다보면 보면 물량을 하나도 못 건질 판" 이라며 "상추 값이 일 주일 사이에 2배나 올랐다"고 푸념했다. 그는 "그나마 간신히 몇 톤이라도 확보했으니 체면은 세웠지만 아예 한 상자도 확보하지 못한 경매사가 태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락동시장에 반입된 상추는 하루 전(80톤)보다 30%가량 줄어든 55톤에 불과했다. 지난 주말 전국을 휩쓴 태풍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경매사들에게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량 확보가 발등의 불. 7월 이후 잦은 태풍과 호우 때문에 냉가슴을 앓아 온 시장 상인들은 숫제 넋이 나갈 지경이라고 입을 모았다.반입물량 급감

가락동 시장 노광섭 조사분석팀장은 "청과 경매물량의 경우 어제보다 42%나 줄었다"며 "단순히 봐서 오늘 물량이 40% 줄었다는 것은 내일(3일) 가격이 40% 오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달 이후 하루 평균 400여톤 반입되던 포도는 이날 불과 74톤(전월평균대비 17%) 밖에 안 들어왔다. 가격은 하룻새 30%이상 급등해 거봉 4㎏ 한상자 도매가격이 8,5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치솟았다. 포도 입찰가격을 보고 아예 경매를 포기했다는 경운상회 장주연(54)씨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40여명이 경매에 참가해 20분 만에 끝났다"며 "14송이 박스당 최고 5만원까지 낙찰됐는데 이는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수 없던 가격"이라고 말했다. 서울청과 경매사 이석철 과장은 "태풍이 전라도에서 강원도로 훑듯이 지나가면서 전남 나주 안성 등 과수단지가 결딴이 났다"며 "배 사과 감 등 경매 물량도 평소보다 줄잡아 40%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남부지역 수해에 이어 강원 횡성 홍천 등지의 채소 농가가 이번 태풍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배추 호박 오이 등 채소 품귀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배추 도매가격은 5톤 트럭당 595만원으로 지난달 31일(546만원)보다 9% 올랐으며, 무는 404만원으로 소폭(3%) 인상됐다. 그러나 배추와 무의 가격은 지난달초 집중호우 이후 계속 강세를 보여 예년에 비해서는 각각 91%와 53% 정도 높은 상태다. 특히 상추의 경우 4㎏당 2만5,950원으로 지난달 31일(1만1,950원)에 비해 117%, 오이는 15㎏당 3만3,000원으로 43.5%나 각각 올랐다.

수산물도 불안

수산물의 경우 참조기 가자미 등 일부를 제외하면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추석 대목 수요에 대비한 물량 선점경쟁과 가격상승은 별 차이가 없었다. 생태의 경우 전일(10㎏ 259박스)보다 3배 이상 많은 815박스가 들어왔지만 박스당 가격은 오히려 7,000원 가량 오른 4만1,000원선에 거래됐다. 그러나 남해안 양식업장이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어 조만간 수산물의 반입물량도 감소하고, 값이 오를 것으로 상인들은 보고 있다.

한편 농·수산물 품귀현상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자 대형 유통업체들도 몸이 달았다. 연초 계약재배한 물량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아예 현지 농가로 내려가 물량확보에 나섰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이날 추석 물량 확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농산물 바이어 20여명을 경상도와 충청 경기지역에 급파했다. 점포지원부 송관일(32) 대리는 "이미 확보된 물량 대부분이 소화된 상황이어서 추가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영업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협측은 추석 대목장에서 멸치의 경우 30∼50%, 고사리 등 일부 나물류의 경우 2배가량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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