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는 북유럽 국가들 가운데 한국 아이들을 가장 많이 입양한 나라 중 하나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근무한지 2년 째인 1983년 처음으로 입양가는 아이를 데리고 노르웨이로 가 양부모에게 인도해 준 적 있다. 그 때 입양가정을 방문했다. 양부모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당시 볼보자동차 노르웨이 지점장으로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잘 알다시피 노르웨이는 피오르드 해안이 매우 발달한 곳으로 요트를 타고 관광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나도 입양 어린이 양부의 자가용 요트로 오슬로 피오르드를 돌아본 후 그의 집에서 하루 밤을 지냈다.저녁을 먹으며 평소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그는 친자녀 3명에다 한국 입양 자녀 2명 등 모두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스스로 낳은 자식도 있는데 왜 입양을 했느냐? 혹 아이 수당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냐?"라고 물으니 그는 펄쩍 뛰며 "아이가 사랑스러워 입양했다. 아이 수당 때문은 절대 아니다"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너희는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느냐"는 듯한 표정이어서 얼른 화제를 바꾸고 말았다.
월드컵이 끝난 뒤 국가이미지개선위원회에서는 과도한 해외입양을 외국인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사례의 하나로 지목했는데 그 이유는 해외입양이 국제적으로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입양은 가정이 필요한 아이에게 새 가정을 찾아주는 아동복지의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다. 선진국은 이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왜 입양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보호가 필요한 아이가 7,000명 정도 나온다. 불행히도 국내에 입양되는 아이는 1,700여명에 불과하다. 해외입양을 보내지 않으면 5,000여명의 아이들이 보호시설에서 살 수밖에 없다
월드컵을 성공리에 치러낸 우리가 자존심을 살리고 세계 속의 한국 이미지를 향상시키려면 '대를 잇기 위한' 소극적 입양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아이를 입양하는 국민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해외입양이 수치스럽다고 할 때마다 '아이가 사랑스럽다'며 쳐다보던 노르웨이 양부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김근조/홀트아동복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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