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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루사' 전국강타/"낙동강 넘치나" 밤새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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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루사' 전국강타/"낙동강 넘치나" 밤새 불안

입력
200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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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피할 기력도 없어요."지난 달 집중호우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경남 합천군 청덕면과 함안군 법수면 일대. 제15호 태풍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데 이어 1일 낙동강 수위가 시시각각 상승하면서 범람 우려마저 나오자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사용할 짐꾸러미를 앞에 한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응급 복구 이틀만에 둑 또 터져

1일 오전 창녕군 진동지점과 밀양시 수산교 지점이 위험수위를 넘어 지역별로 홍수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된 낙동강은 2일 오전까지도 수위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류지역의 임하댐과 안동댐, 합천·남강댐이 방류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하천 수위가 올라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합천군 청덕면 가현제(堤·제방) 20여m가 응급복구 이틀 만인 1일 새벽 5시께 다시 무너져 농경지 120㏊가 물에 잠기고 가현마을 등 3개마을 150세대 400여 주민들이 대피했거나 대피를 준비중이다. 이 지역은 지난 달 집중호우로 제방이 유실돼 3개마을이 침수됐었다. 가현마을 이장 이근우(李根雨·65)씨는 "마을에서 물이 빠진지 10일도 채 안됐는 데 또 물이 들어 믿기지 조차 않는다"며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지난 달 붕괴됐다가 응급복구를 마친 청덕면 광암제도 복구공사 중 제방 밑으로 물이 새 나오면서 인근 오방·유천마을 농경지 89㏊ 침수가 시작돼 48가구 112명 주민들이 대피를 준비중이다. 또 합천군 덕곡면 병배리 덕곡제방 10여m도 붕괴돼 병배마을 농경지 10㏊와 마을이 물바다가 되면서 43가구 100여명 주민들이 대피했고, 1034번 지방도 침수로 율지마을 등 7개 마을 400여가구 800여주민들이 고립됐다.

▶악몽의 김해 또 초비상, 대피준비

지난달 사상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던 김해시는 낙동강 수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림·생림·상동·대동면 등 4개면을 중심으로 초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40여개 업체가 침수됐던 한림면에서는 토정공단 배수장 둑에 누수가 발생, 긴급 보강작업에 나서는 등 업체 관계자 등이 '2차 침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638가구 1,947명의 이재민들이 아직도 난민생활을 하고 있는 한림면 주민들은 낙동강 수위 상승 소식이 전해지자 체념한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한림면 장방리 김영욱(金榮郁·42)씨는"물에 잠긴 집에 아직 도배도 못 했는 데 또 비가 내려 추석전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며 "다시 마을이 물에 잠기면 삶의 희망은 영영 없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김해시재해대책본부는 "낙동강과 이어져 있는 김해지역 화포천 수위도 위험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제방 유실 등에 대비해 공무원들의 현장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천·김해=이동렬기자 dylee@hk.co.kr

■김천도 물바다/감천·직지천 범람… 20명 사망·실종"

도대체 이런 날벼락이 있습니까." 제15호 태풍 '루사'로 297.2㎜의 폭우가 내려 시가지 대부분이 침수된 경북 김천지역은 1일 순식간에 초상집으로 변했다. 주택 침수뿐 아니라 산사태 등으로 13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는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났기 때문이다.

31일 오후 6시께. 김천 시내를 흐르는 감천과 직지천이 범람하면서 김천지역은 악몽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하천변 저지대인 황금동과 모암동, 신음동 일대 건물과 주택이 침수돼 주민 2,400여명이 인근 학교와 동사무소로 긴급 대피했고 시내 곳곳에서 정전과 전화불통 사고로 시민들이 암흑속에서 불안에 떨었다.

특히 이날 오후 6시30분께 황금동 산자락의 나종환(60)씨 집에는 김영우(58·경비원)씨 등 이웃 5명이 나씨 집을 찾아 안부를 확인하다 갑작스런 산사태로 토사가 덮치면서 6명 모두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황금동 주민들은 "최근 수년간 감천과 직지천에 경부고속철도와 다리 교각이 잇달아 생기면서 물 흐름이 방해를 받아 범람할 우려가 높다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었다"며 당국의 무성의를 원망했다.

/김천=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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