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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술 최대한 천천히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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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술 최대한 천천히 마시자"

입력
200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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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술이 건강에 해로우니 마시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건강을 덜 해치면서 술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지 모르겠다.음주에 의해 가장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장기는 간이다. 일반적으로 간은 시간당 8∼10g의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이는 맥주 2잔, 소주 2/3잔, 양주 1/2잔 정도에 해당한다. 이 속도를 넘어가면 간에 무리가 따른다.

간 손상에서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이 지방간으로, 술이 분해되는 과정에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생겨 간 조직을 직접 파괴하거나 간에 기름기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 기름기를 처리하는데 보통 3일이 걸리므로 음주량에 관계없이 적어도 3일은 간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소위 '주량'이라고 하는 것은 간세포에 있는 알코올분해효소에 달려있는데 술을 마실수록 알코올분해효소가 더 만들어지므로 주량은 늘어난다. 그러나 술에 취하는 정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몇 가지가 더 있다. 위장이 비어 있을수록, 마시는 속도가 급할수록, 그리고 일반적으로 술의 도수가 높을수록 체내에 빨리 흡수된다. 또 몸이 가벼운 사람이 뚱뚱한 사람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빨리 취한다. 따라서 빈속에 바로 술을 마시기보다는 음식을 어느 정도 채운 후, 그리고 최대한 천천히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천히 마시면 그만큼 술을 덜 마실 수 있고 대신 이야기나 노래를 하게 돼 칼로리 소모가 많아지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독한 술은 냉수로 희석해 마시고 가능하면 술은 섞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안주는 기름진 육류나 튀김류, 땅콩이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 대신 생선회, 신선한 채소, 약간의 과일 등을 조금만 먹는다.

다음날 숙취 해소를 위해서는 단백질, 비타민C, 수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한다. 알코올 대사를 촉진시키는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된 콩나물국이나 조개국,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은 과일주스 등이 도움된다. 식사를 가볍게 하고 운동을 병행하면 몸 컨디션이 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고 칼로리 균형도 맞출 수 있다. 운동이 아니더라도 이동할 때 대중교통과 계단을 이용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술좌석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술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함께 절제된 음주습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박용우/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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