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에서는 '내가 버는 만큼 사용한다', '한푼을 절약하는 것이 버는 것이다'라는 청교도적 윤리의식이 붕괴되고 과다한 채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신용카드가 저소득층이나 학생, 주부에게까지 보급되면서 양산해낸 어두운 면이 드러난 것이다.'신용카드 제국'의 저자 로버트 매닝은 '신용카드의 덫'에 걸렸던 피해자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하며 신용카드 회사가 대학생이나 노인까지도 '신용'이라는 이름의 덫을 놓아 결국 부채의 올가미를 씌우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신용 파산자의 대량 양산은 카드사용자의 무절제한 행태에도 이유가 있지만, 탐욕스런 야망을 교묘하게 위장한 채 고도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신용카드 회사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
수표와 같은 신용을 매개로 금융시장이 성장한 미국과 달리 전통적으로 현금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카드 남발과 그에 따른 위험이 더욱 크다.
정부의 지원정책과 선진국을 능가하는 카드 인프라의 구축으로 국내 카드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또 은행권과 사금융 시장이라는 이원화된 금융구조 때문에 소비자 금융환경이 취약했던 것도 카드산업에게 비옥한 틈새시장을 제공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하는 '압축성장'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 연체율 점증이나 신용불량자 증가 등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이런 맥락에서 신용카드의 원조인 미국의 어두운 실상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신용카드 제국'은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국내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미국의 시장상황을 전제로 한 신용카드 피해사례와 지나친 논리 비약 등은 독자들이 감안해 읽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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