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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산후비만 막고 순산" "배불리" 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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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산후비만 막고 순산" "배불리" 먹지 마세요

입력
200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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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는 '잘 먹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일까? 철분제는 식전에 먹어야 흡수가 잘 되고, 비타민 A나 단백질은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문제라는 것을 아는 임신부는 드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선 영양상담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 요즘 '잘 못 먹는 임신부가 있으랴' 하겠지만 사실은 과잉섭취가 큰 문제다. 호산산부인과 도진우 원장은 "제왕절개율을 낮추기 위해선 체중조절이 필수"라며 "임신동안 적극적으로 식사조절과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의학회지에 '임신부의 영양상담'이라는 논문을 게재한 한일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과장은 "뱃속 아기가 성인이 돼서까지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임신부의 영양에 대해 가정의들이 올바른 답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체중증가 10㎏ 안팎이 적당

지난해 대한주산회지에 게재된 임신부 1,100명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13.9㎏의 체중이 늘어난다. 미국의 조사에선 증가 체중이 12.5㎏인데 태아, 태반, 양수, 자궁·유방의 증대, 혈액량 증가 등으로 9㎏이 늘고 나머지 3.5㎏은 임신부에게 축적되는 지방이다.

도진우 원장은 체중증가 한도를 10㎏(원래 과체중인 임신부는 8㎏)이하로 엄격히 제한한다. 임신비만은 제왕절개 가능성을 높이고, 산후비만을 낳기 때문. 그는 "이렇게 체중조절을 한 임신부들은 대부분 순산했고 6개월내 임신 전 체중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병원의 산모 4,000명에 대한 조사에선 체중이 1㎏ 늘 때마다 제왕절개 비율이 4%씩 늘고, 체중증가가 16㎏을 넘으면 4.5㎏ 이상의 과체중아가 급격히 증가했다. 도 원장은 또 "임신 중 허벅지, 엉덩이에 축적된 지방은 산후에 고스란히 남는다"며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과 산후우울증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체중을 늘리지 않고 충분히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영양학회는 임신 전반기 150㎉, 후반기 350㎉의 열량을 추가로 섭취하도록 권장하는데 이는 결코 '배불리 먹을' 양이 아니다. 강서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박윤희 과장은 "임신 20주까진 똑같이 먹고 이후부터 양을 늘리되 하루에 우유 2잔, 생선초밥 2분의 1인분, 맨밥 한 공기 정도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튀김류, 단 음식, 삼겹살 등은 금물.

도 원장은 빵, 아이스크림, 과일을 제한하고 대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푸른 생선 등 포만감을 주면서 열량이 높지 않은 식단을 제안한다. 과일도 생각보다 열량이 높으므로 입가심으로 그쳐야 한다. 비타민이 걱정이라면 "오이, 피망, 버섯 등 좋은 채소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 그래도 체중이 늘면 하루 4㎞정도 걷도록 한다. "원래 조깅을 하던 임신부는 운동을 계속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인다.

단백질은 일일 권장량인 55g보다 30% 즉 15g을 더 섭취해야 한다. 통상 살코기의 20%가 단백질이다. 그러나 단백질 역시 과잉되면 오히려 미숙아 발생빈도와 태아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총 열량의 25%를 넘지 않도록 주의한다.

▶철분은 공복에 섭취해야 효과

임신 초기 병원에서 빈혈검사를 받은 K(31)씨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이므로 따로 철분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임신 후기에 병원을 옮긴 그는 의사로부터 "임신 중기부터 철분제 복용은 필수"라며 핀잔을 들었다. 실제로 그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매우 떨어진 상태. K씨는 또 약사가 "소화장애 등 부작용이 없는 철분제"라고 권한 약을 놓고 의사가 "철분 함량이 너무 낮아 먹으나 마나"라고 일축, 또 한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부 빈혈은 조산아, 저체중아 위험이 있고 철은 음식만으로 보충이 불가능하므로 철분제 복용이 필수지만 K씨처럼 정확한 복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값이 비싸다고 꼭 좋은 철분제는 아니다. 박현아 과장은 "비타민, 무기질 혼합제는 먹기 간편한 듯하지만 칼슘과 마그네슘이 철분 흡수를 억제하므로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제산제도 철분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3가 철은 2가 철의 3분의1밖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일반인은 잘 모른다. 박 과장의 논문에 따르면 시판되는 철분제 중 헤모큐액, 훼럼포라, 볼그란액, 훼럼메이트 등이 3가 철이고 훼로바-유, 헤모콘틴, 헤모골드정 등은 2가 철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30㎎, 빈혈이거나 쌍둥이 임신인 경우 60∼100㎎의 철분을 섭취해야 한다.

임신부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우면 약 포장지에 쓰인 성분과 함량을 그대로 적어 주치의와 상담하도록 한다. 또 식전, 취침 전 등 공복에 먹어야 철 흡수가 잘 된다.

▶비타민은 음식으로도 충분

세계보건기구는 엽산(비타민 B9)이 태아의 신경관 결손 발생을 50% 이상 감소시킨다는 연구에 따라 하루 0.4㎎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국내엔 엽산 권장량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수입 엽산제가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임신 확인 후엔 엽산을 보충해 봐야 무의미하다. 신경관은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 때인 수정 후 3주께 이미 형성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현아 과장은 "엽산을 섭취해야 할 대상은 임신부가 아닌 가임기 여성으로, 오렌지 주스를 많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체중증가가 순조로운 임신부라면 별도의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제는 불필요하다. 이를 복용해야 할 대상은 쌍둥이 임신, 잦은 임신, 흡연산모, 채식주의자, 입덧이 심한 경우, 청소년 임신부, 저체중과 비만 임신부 등 영양결핍의 위험이 있는 이들이다.

비타민 A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에 충분히 포함돼 있고, 과잉섭취할 경우 오히려 기형아 출산가능성이 있다. 비타민 A가 많은 음식은 간, 생선간유, 전지분유, 계란 등이다. 여드름 치료제나 화장품 등에 함유된 레티놀도 비타민 A이므로 사용해선 안 된다. 반면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베타카로틴은 독성이 전혀 없으므로 당근,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는 마음껏 먹어도 무관하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금해야할 기호품·식품

흔히 임신 중 절대 금해야 할 기호식품으로 꼽히는 것이 술, 담배, 커피다. 이 중 카페인은 직접적 위험성이 규명된 적이 드물다. 그러나 원두커피는 인스턴트 커피보다 카페인이 1.8배나 많고, 녹차, 콜라, 초콜릿, 코코아 등에도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알아두는 게 좋다. 술은 태아알코올증후군 같은 기형을 유발시키는 것이 분명하나 제한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술 종류별 잔을 기준으로(대부분 주류의 잔당 알코올량은 약 10g) 1주일에 14잔부터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보고가 많지만 1번만 폭주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임신 초기엔 금주가 상책이다. 담배는 기형 위험에 대한 보고는 없지만 자궁외 임신, 태반조기박리, 전치태반, 조기파수 등 위험을 증가시킨다.

전통적으로 보기 흉하다고 해서 금기식품으로 꼽혀 온 문어, 오리고기, 토끼고기, 오리알 등은 딱히 피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의 연구는 수은 오염 위험이 큰 참치를 금기식품으로 꼽는다. 고혈압 환자는 소금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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