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시·도 자치단체장들은 지난달 수도권을 운행하는 지하철을 1시간 연장 운영하는데 합의했다. 심야 활동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에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 연장운영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지난달 24일 0시30분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주변 지하철도 구간을 둘러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지어진 지 28년이 됐는데도 상태가 양호하다. 지하철을 1시간 연장 운행하더라도 안전에는 문제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점검을 마친 오전 1시30분께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동대문시장 주변을 바라보며 "이처럼 심야 활동 인구가 늘어난 만큼 지하철 연장운행을 곧 시행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많은 시민들은 "거대 광역도시인 수도권의 지하철이 너무 빨리 끊긴다"고 불평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밤 11시 이후에 지하철을 타기 어려운 현실은 시민들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 이모씨는 "업무를 보다가도 10시만 되면 막차걱정으로 일을 걷고 퇴근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도심에서 저녁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일찌감치 지하철을 포기하고 비싼 택시를 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하철 연장운행은 영화관 등 심야형 업소들의 영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등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하철 연장운행이 "만성적자인 현재의 지하철 상황을 생각하면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1∼8호선 지하철을 1시간 연장할 경우 매년 370억원의 추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호선의 경우 1시간 연장운행으로 이용객이 하루 3만3,000여명이 늘어 연간 49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반면 추가인력 400명에 대한 인건비 등 232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183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추산하면 지하철 5∼8호선의 경우도 187억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서울의 지하철의 운행적자가 7,553억원, 지하철 총부채가 5조7,02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추가적자는 요금을 대폭 올리지 않는 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지하철연장운행을 검토했으나 이 같은 이유로 결국 포기하고, 개인택시 심야부제 해제, 심야전용버스 운행 등을 실시했었다. 분당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회사원 김모씨는 "심야버스의 이용자 대부분은 취객"이라며 "술취한 사람들을 위해 연 400억원 가까운 돈을 더 써야 할 지 솔직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알려진 추가비용은 주로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 공사측에서 제시한 것이어서 부풀려진 감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실사를 하면 추가비용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김경철 박사는 "심야활동 인구가 느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도시 인프라가 재조정 돼야 할 시점"이라며 "(지하철 연장운행이) 단기적으론 비용부담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서울市·공사 "내년 3월께 가능" /노조, 공식 반대없이 일단 관망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충원될 지하철 기관사 교육이 6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내년 3월께부터 연장운행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하철공사도 1개월 전 추진단을 만들어 연장 운행에 따른 인력충원 문제 등 구체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지하철공사 이재백 운영이사는 "인력만 충원된다면 지하철연장운행에 별 문제가 없다"며 "결국 추가 비용을 철도청 등과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정책적 결정만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경기도의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달 지하철 연장운행에 합의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아직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공식 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하철1호선 연장운행과 관련 서울시와 철도청이 합의가 먼저 이루어진 후 인천지하철 연결운행을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지하철노조(1∼4호선)측은 연장운행으로 골치거리였던 잉여인력의 활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찬성하고 있고, 도시철도 노조측도 적극적인 입장표명은 자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반대하지도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철도 측은 연장운행에 따른 서울시 측의 명확한 지원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내 택시 업자들은 벌써부터 반대성명을 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하철 연장운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그에 따른 택시의 수입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전문가 기고/"24시간 사회" 조류 맞춰 심야활동 시민 배려를
지하철운행을 연장하기 위해 먼저 고려되어야 할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우선 야간에 승객수요가 적어서 지하철 운영적자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 그리고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는 심야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시설물 정비와 점검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야간의 열차운행안전을 위한 점검시간부족문제는 효율적인 점검시스템을 개발할 경우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더구나 1992년 8월 이전까지는 지금보다 한시간 더 운행을 해왔던 충분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결국 심야시간대의 승객수요의 부족으로 운영수지 적자가 심화될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다. 비록 밤 11시 이후의 지하철 승객수가 1993년이래 연평균 10%이상 증가를 하는 추세이긴 하나, 그래도 추가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수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소할 방안은 없는가. 우선 심야시간대에 적은 승객수요를 고려하여 열차운행시격과 운행횟수를 충분히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심야시간대 지하철 운임에 할증요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실제로 교통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에 의하면 심야시간대에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일반요금보다 어느 정도 비싸게 지불할 의사가 있음이 조사된 바도 있다.
그리고 심야시간대의 지하철 연장운행과 관련해서는 공공의 보조금지원을 위한 명분이 있다. 버스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벽지노선에는 보조금을 지원하여 오지 주민들에게도 대중교통 서비스의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이것이 소위 공익서비스의 의무(Public Service Obligation)이다. 도시는 공간적으로는 벽지가 아니지만 심야시간대의 도시는 시간적으로는 대중교통서비스의 사각지대이므로 시간적으로 보면 '오지'인 셈이기 때문이다.
24시간 지하철을 운행하는 뉴욕은 예외로 하더라도 서울의 지하철보다는 적어도 심야시간대에 30분 내지 1시간을 더 운행하고 있는 파리나 런던의 지하철운행시간만큼은 우리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온 크라이츠먼의 저서 '24시간 사회'에서는 야간의 도심공동화 현상에 상반되는 개념의 24시간 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 도시에 집적된 긍정적 외부효과를 활용하는 적절한 도시활동은 심야시간대에도 지속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도시권의 대동맥인 지하철을 너무 일찍 잠자게 하기에는 글로벌시대 의 우리 수도권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심야시간대에 해야 할 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의 지하철과 전철은 밤늦은 시간에 움직이는 시민들도 조금 더 길게 껴안아 주어야 한다.
이창운/교통개발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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