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황선홍(34)의 터키리그 진출이 무산되면서 에이전트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황선홍은 지난달 30일 트라브존 스포르 구단과 터키 현지에서 입단 협상을 벌였으나 구단측이 황선홍의 계약 조건에 대해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여 협상이 결렬됐다. 황선홍측 에이전트는 협상에 앞서 연봉 50만달러와 1년 후 미국프로리그(MLS) 진출보장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구단측은 황선홍의 나이를 들어 이보다 불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축구인들은 "10년 넘게 한국 최고스타로 군림해 온 황선홍의 개인적 충격과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우리 축구 전체가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홍과 유상철, 안정환 등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잇따른 무적선수 전락은 국내 에이전트의 무능력과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암울한 사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한일월드컵 기간중 "구단의 이적동의만 있다면 대부분의 대표선수를 유럽에 진출시킬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던 에이전트는 황선홍과 유상철의 이적협상을 진행하다 소속팀(가시와) 퇴출이라는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 이을용(트라브존 스포르)을 이적시키며 터키시장을 개척한 C씨도 황선홍의 계약권한을 위임받은 뒤 터키 진출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섣부른 판단과 정보 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
최윤겸 부천 감독은 "에이전트는 세계 축구시장에 정통해야 할 뿐 아니라 스타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리그수준이 낮고 경제사정도 나쁜 터키진출과 관련해서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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