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은행 인수를 위해 하나은행이 요구한 2,000억원 대의 면책조항을 수용하지 않기로 해 매각협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정부는 특히 내달 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앞두고 서울은행 헐값매각 시비를 가라앉히기 위해 매각가격을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하나은행의 대응 수위에 따라 협상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30일 서울은행 매각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이 당초 입찰제안서를 통해 요구한 우발채무에 대한 면책조항(인뎀니티)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은행은 동아건설 소송건 1,000억원 러시아차관 1억달러 및 이자 1,896억원 등 총 2,896억원의 우발채무를 안고 있어 이를 하나은행이 떠안을 경우 결과적으로 매각가격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본계약 이전까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면책조항 요구가 백지화할 경우 상당한 매각가 인상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하나은행에 대한 정밀실사를 통해 당초 2.1대 1(서울 대 하나)의 합병비율을 1.9대 1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 매각협상에 정통한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측이 수정제안을 통해 제시한 주가 보장방안도 실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며 "실사 결과 하나은행이 당초 제시했던 주식가치에 영향을 줄만한 사안이 발견될 경우 합병비율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의지대로 합병비율이 바뀔 경우 정부가 보유하게 되는 합병은행의 지분은 당초 30.7%(총 1억8,920만주 중 5,817만주)에서 32.9%(총 1억9,5402만주 중 6,429만주)로 늘어나게 된다. 장부가(주당 1만8,900원)를 기준으로 할 때 금액으로는 1조2,150억원으로 종전(1조1,000억원 보장)보다 1,160억원 가량이 증가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로선 제2의 인수희망자가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향후 협상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측은 "주식가치는 시장에서 공인된 가격인데다 경쟁입찰을 통해 제시한 가격을 실사를 통해 바꾼다는 것은 관례를 벗어난 월권"이라며 가격조건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