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필자들이 쓴 답사 여행기 세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박물관, 중국, 한강을 주제로 저마다 특유의 안목으로 읽어낸 여행기록들이다.
역사기행가 권삼윤의 '나는 박물관에서 인류의 꿈을 보았다'는 세계 각지의 박물관들, 그곳에 보관되어 있는 풍부한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유명박물관은 물론 터키, 시리아, 인도, 멕시코 박물관 등 그동안 소개가 부족했던 지역의 박물관까지 두루 찾아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명을 읽어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는 '이집트 박물관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1821-1881)의 일화를 소개한다. 여느 고고학자와 마찬가지로 발굴 유적을 루브르 박물관으로 보내던 마리에트는 유물의 해외 반출이 날로 늘어나자 '이집트에서 발굴된 유물은 이집트에서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 박물관을 건립한다. 저자는 프랑스 왕비의 요청을 거절하면서까지 이집트 유물 보존에 힘썼던 마리에트의 헌신을 소개하면서, 국적과 이념을 초월한 문화재 애호가의 정신을 보여준다. 설형문자, 점토판 등 수메르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로 가득 차 있었으나 걸프전 이후 공습을 피해 음습한 지하실로 유물을 내려보낸 이라크 박물관의 실상,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무료입장, 연중무휴개관 원칙 등 50곳의 박물관을 답사하며 찾아낸 다양한 읽을 거리도 실었다.
무날 동안의 황토기행- 낙양에서 상해까지'는 임중혁 숙명여대 사학과 교수가 중국 현지를 답사하면서 쓴 20일 동안의 여행기이다. 뤄양(落陽) 정저우(鄭州) 취후(曲阜) 난징(南京) 쓰저우(蘇州) 항저우(杭州) 상하이(上海)로 이어지는 여행의 경험을 매일 '실시간'으로 기록함으로써 현장성과 정보성을 살렸다.
역사학적 지식을 가지고 중국의 고금을 되새기고, 때로는 중국의 미래를 읽어내기도 한다. 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 등 중국 4대 미인이 실린 그림을 판매하는 관광지에서는 이규보의 시 '양귀비'를 떠올리거나, 외국계 할인매장 까르푸와 이마트의 중국식 이름인 가락부(家樂富·집안이 즐겁고 부유해진다는 뜻), 이매득(易買得·쉽게 살수 있다는 뜻)을 소개하면서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인 상하이의 모습을 읽어내는 식이다. 지난해 8월 출간한 '북경에서 서안까지'를 이은 후속편이다.
토사학자인 신정일의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는 태백 검용소부터 아우라지 목계나루 양수리 난지도를 거쳐 김포의 보구곶리에 이르기까지 1,300리 한강의 물길을 따라 저자가 16일 동안 걸어서 답사한 기록을 담았다.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온갖 지류, 천혜의 비경 동강과 그 여울마다 서린 사연들을 전해주고 지금은 잊혀진 나루터에서 만난 뱃사공 이야기를 통해 밑바닥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보여준다. 철조망 넘어 북녘 땅이 시야에 들어오는 보리곶리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강이 전하는 유구한 인생의 진리를 보여준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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