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및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30일 공개되자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 여부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측은 25, 26일 평양에서 열린 북일간 외무 국장급 협의에서 '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총리 방북 후 부산 아시안 게임을 전후해 부산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일본측에 전달했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답방설은 다소 혼란스럽기까지 한 상태다.국제적 여건만을 따져 보면 남북관계 개선이 구체화하고 있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및 북러 관계 정상화, 북일간 수교교섭 급진전 움직임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설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 북한의 독특한 외교적 행태, 대선을 앞둔 남한 내 정치적 대결구도 등의 변수는 모두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게 하는 요소들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아시안 게임 기간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 가능성과 관련된 보도를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측이 약속은 지킨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나 우리와 직접 구체적인 연락이나 상의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내에는 오히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이 국민 정서에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또 김 위원장이 아시안게임 참관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참관하는 길데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모양새를 우리로서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 같다.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이 보도되자 그 동안 북측과의 사전 공작설을 제기했던 한나라당과 햇볕정책에 부정적인 자민련이 즉각 반발,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