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일 지음 창작과비평사 발행·1만8,000원
문명교류사의 권위자인 정수일(68) 전 단국대 교수가 쓴 '이슬람 문명'은 전세계 13억의 신자를 거느리고 있으나 1,400여년 동안 폭력과 타락의 종교로 폄하되어온 이슬람 문명의 진면목을 밝힌 책이다.
저자는 서구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인 탓에 이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왜곡돼 있다는 생각에서 '문화상대주의' 관점에 입각한 이슬람 문명 이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이슬람의 출현과 확산, 이슬람교의 교조인 무함마드(마호메트는 서구식 이름이다)의 생애, 경전인 '꾸르안'(코란)과 준경전에 해당하는 '하디스', 근본교리 등을 소개한다. 이슬람 사람(무슬림)들은 신앙 증언, 예배, 종교 부금(賦金), 금식, 성지 순례 등 5행(行)을 지키며 살아간다. 무슬림에게 하루 다섯 번의 예배는 "담배 한 대 피울 사이면 되는 일"로 여겨지며 라마단 기간(이슬람력으로 9월) 동안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먹거나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금식이 종교적 실천인 동시에 사회적 훈련으로 인식된다. 저자는 이처럼 외부인의 눈에는 낯선 이슬람교의 전통이 실은 나름의 이유와 문화적 맥락 속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찬찬히 보여준다.
이슬람 공동체의 정치관과 경제관도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가령 이슬람문명권에서는 불로소득을 죄악시한다. 심지어 이자까지도 금지하는 경제관으로 인해 1970년대 이슬람식 무이자은행이 생기면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슬람 금융기관의 20%가 대출 전에 정률(定率)의 이자를 결정하지 않고 나중에 정해지는 이익 또는 손실을 공동분배하는 형식의 독특한 손익분배제도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밖에도 책에는 이슬람문명의 세계사적 의의, 생활규범과 일상생활, 한국과 이슬람 교류사 등을 고찰한 글을 싣고 있다. '무하마드 깐수'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한 저자는 번역서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씰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등 역저 출간에 이어 다음달 11일 9·11테러 1주년을 겨냉해 이책을 내놓았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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