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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정상회담 성사 안팎/北 개방적 행보에 고이즈미 訪北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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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정상회담 성사 안팎/北 개방적 행보에 고이즈미 訪北결단

입력
200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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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정상회담은 최근 일련의 북일 대화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7월 31일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이루어진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성 장관과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의 회담에서 양측은 국교정상화를 가능한 조기에 실현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평양에서 적십자회담과 외무국장급 협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8월 18, 19일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북한측은 처음으로 일본 적십자대표단을 '행방불명자' 조사사업을 담당하는 인민보안성과 평양시 인민위원회 관계자들과 면담시키는 등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이어 8월 25, 26일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는 일본 대표단이 협의에 앞서 홍성남(洪成南) 총리를 만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메시지에서 "국교정상화에 관한 제반 문제와 현안을 진지하게 다룰 의사가 있다"면서 "귀측도 성의를 갖고 진지하게 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의 총리가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처음이었다.

26일 러시아 방문에서 돌아온 김 국방위원장은 국장급 협의가 끝난 뒤 일본 대표단을 만난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용기를 주는 메시지였다. 감사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강 부상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수행 중에 미리 평양으로 돌아와 있었다.

관측통들은 이같은 두 정상의 구두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 의사를 밝혔고, 김 위원장이 이를 환영해 정상회담이 성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장급 협의 공동발표문에서 "정치적 의사를 갖고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교정상화에 관한 제 반 문제 및 현안 해결을 포괄적으로 촉진하는 방식" 등이라고 표현된 것은 바로 정상회담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해 듣고 "북한의 성의와 앞으로의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일 간의 현안들이 모두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타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본의 정치권과 외무성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상회담 카드를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이 30일 기자회견에서 "약 1년 간 외무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해 왔고, 최근에 북한측이 이해를 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밝힌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문제는 북한이 응할지 여부와 성과가 없을 경우 일본 총리가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었다.

일본 정치권에는 북미, 남북 관계 모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최근 북한의 태도와 국장급 협의, 물밑 비공식 접촉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고이즈미 총리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보고 특유의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많다. 동시에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면 고이즈미 정권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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