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성(42·사진)씨는 연극,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 '마요네즈'로 이름을 알린 작가다. 등단작 '마요네즈'를 펴낸 뒤 침묵했던 전씨가 5년 만에 두번째 장편 '트루스의 젖가슴'(문이당 발행)을 들고 왔다. 전씨는 "죽으면 극장에 묻히고 싶을 만치" 연극에 미쳤었으며, 30대의 어느 한때는 극작가로 연극판에 뛰어들기도 했다. '트루스의 젖가슴'은 연극을 향한 작가의 신열과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섞인 것이다.소설은 희곡 '트루스의 젖가슴'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하는 여자 3명의 이야기다. 연출자 이실과 50대 배우 오데레사는 저마다 자신의 해석대로 인물을 그리기 위해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기획자 예국희는 때로는 한쪽을, 때로는 다른 한쪽을 편든다. 이 얽히고 설킨 감정의 뒤쪽에는 세 여자 각각의 마음의 상처가 있다. 지독하게 연극을 사랑해 인생을 걸었지만 아무 것도 보상받지 못했다는 이실의 상처, 결혼생활을 견딜 수 없어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예국희의 상처, 주인공 트루스를 연기하면서 17년 전 두고 나온 딸에 대한 모성으로 몸부림치는 오데레사의 상처다. 이들에 대한 작가의 심리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라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연극이기도 하다. 독자는 등장인물의 심리에 동화하기보다는 관찰하게 된다. 세 여자의 밀고 당기는 감정 싸움에 짜증스러울 정도의 심정이 돼버린다. 작가가 의도하든 않았든 소설은 그렇게 연극적 효과를 얻었다.
트루스는 19세기 미국의 노예 출신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의 이름이다. 그는 대중 앞에서 당당히 검은 젖가슴을 드러내고 "백인 아기들도 이 젖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젖을 먹고 자랐소! 그대들도 내 젖을 먹고 싶으시오?"라고 외쳤다. 희곡 '트루스의 젖가슴'은 조안 첸이라는 작가가 실존인물 트루스의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라고 소설은 적고 있다. 이것은 허구다. 소설에 등장하는 대본은 전씨의 것이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희곡도 함께 썼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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