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언덕길에서도 차가 미끄러지거나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가뿐히 출발한다. 눈 쌓인 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장애물을 만나도 물고기가 유연하게 헤엄치듯 장애물을 지나쳐 간다. 에어백이 탑승자의 앉은 자세와 체격 등을 감안해 적절하게 터져주고, 버튼이 아니라 말로 자동차를 조종한다.자동차 부품 기술이 만들어가고 있는 첨단 자동차의 모습이다. 일부는 이미 실용화되고 있고, 일부는 머지 않은 미래에 구현될 예정이다. 부품 기술은 탑승자의 안전을 극대화하는 것에서부터 자동차를 단순 이동수단에서 문화 및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까지 가능케하고 있다. 부품 기술이 자동차에 꿈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1) 첨단 제동장치
일반 제동시스템에서 한 단계 발전한 'ABS'(Anti-lock Brake System)와 'TCS'(Traction Control System)의 보급이 활발해지고 있다. ABS는 미끄러운 도로에서 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지 않고 차량이 멈출 때까지 여러 번 잠김과 풀림을 반복해 최적의 제동효과를 얻는 장치다. TCS는 눈길이나 빙판길에서의 출발이나 가속시 구동바퀴의 과도한 헛돌림을 방지해 가속성을 높이고, 급격한 회전시에도 조정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안전장치다.
ABS, TCS 보다 한 차원 발전된 첨단 기술인 'ESP'(Electrical Stability Program)는 자동차의 제동능력과 조종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기술은 눈길이나 커브길을 회전할 때, 제동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속도와 핸들조작 상태를 인지해 차의 속도를 조절하며 이탈을 방지한다. 2005년쯤에는 ESP가 현재의 미끄럼방지 제동시스템인 ABS 장착률과 같은 수준으로 널리 보급될 전망이다.
2) 인공지능 첨단 에어백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국내 최초로 승객의 위치, 안전벨트 착용 여부, 운행속도를 자동 감지해 충돌시 에어백의 팽창 압력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듀얼스테이지 에어백'을 개발해냈다. 이 첨단 에어백은 승객의 위치가 운전석과 가깝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했을 때, 운행속도가 30∼35㎞ 미만일 때에는 약하게 터지고 그 외에는 기존 에어백 보다 높은 압력으로 팽창되는 등 충돌상황에 따라 강약이 조절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발전된 에어백 기술도 있다.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안전벨트 착용여부, 충돌의 강도 뿐아니라 승객 감지 센서에 의해 탑승자의 체격과 앉은 자세 등의 정보까지 감지해 에어백의 팽창크기와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최첨단 인공지능형 에어백 시스템이다.
또 차량의 측면 충돌시에 운전자의 머리부분과 여성 및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6∼7초 정도 에어백이 팽창해 있는 '커튼 에어백', 차가 뒤집어졌을 때 탑승자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차량전복 대응 커튼 에어백'도 개발중이다.
3) 음성인식 전자정보 시스템
친구 같이 편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여러 첨단 분야 가운데 음성인식을 통한 전자정보 시스템도 눈에 띄는 기술이다. 운전자의 간단한 명령만으로 자동차내의 에어컨과 라디오가 작동되고, 음악채널의 주파수 변경과 음량 조절도 목소리로 가능하다. 이와 함께 도착하고자 하는 장소의 최단거리와 교통상황도 음성으로 내린 명령에 따라 자동차가 알아서 답해준다. 또 운행 중에 이메일을 받아 음성으로 상대방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이러한 음성인식 전자정보 시스템이 개발 완료되면 운전자들은 미래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새로운 개념의 운전환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4) 차량 전자정보 부품
차량 내부에 수백여개로 연결된 전선들을 대폭 줄여 연비는 높이고 고장률은 현격히 감소시키는 차량 전장 통합모듈(AEES)도 있다.
현재 이 기술은 포드, 벤츠, BMW 등 일부 고가 차량에 적용하고 있으나 그 기술수준은 일부 전기장치만을 제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개발될 차량 전장 통합모듈은 차량의 모든 전기장치를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정보센터·운전자를 하나로 통합, 주행시 필요할 때에만 핸즈프리 등을 통해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운전자 정보시스템(DIS)도 개발중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즐거운 사무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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