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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녀수 1.3명 '세계 최저 수준'/"아이 맡길곳 마땅찮아 아이 낳기 꺼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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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녀수 1.3명 '세계 최저 수준'/"아이 맡길곳 마땅찮아 아이 낳기 꺼려져요"

입력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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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가진 기쁨도 잠깐… 연로한 부모님께 아기를 맡기자니 손주한테 인생 저당 잡히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보모를 들이자니 월급 봉투째 가져다 바쳐야 할 판이고 그렇다고 갓난 아기 맡아줄 곳도 없고… 마음 놓고 애 낳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맞벌이 사이트 www.doubleincome.co.kr의 ID 김명호)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이 일본이나 프랑스 영국 등 인구감소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선진국들보다 낮은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01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 한명이 낳은 평균 자녀수(출산율)는 1.3명. 30년 전만해도 평균 4.5명의 자녀를 두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놀랄만한 감소세다.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배경으로 20대 가임여성인구의 감소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에 따른 만혼풍조, 혼인건수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출산의 큰 적(敵)은 사실 육아의 어려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활용품 통신판매업을 하는 L씨(32)는 첫째 딸을 나은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둘째아이 출산을 미루고 있다. 남편이 장남이라 손자를 바라는 시부모님들의 압력이 센 편. L씨는 "시부모님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또 육아전쟁을 치를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한다.

"첫 애 때 출산휴가 끝날 무렵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아 아기를 맡길 수 없었고 마땅히 영아를 맡아줄만한 보육기관 찾기도 쉽지 않더라구요. 이제 사업 시작한지 2년 남짓돼 자리를 잡아가는데 또다시 아기 키우느라 시간을 뺏기면 다시는 사회생활을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는 형편이에요."

패션회사에 근무하는 S씨(40)는 만혼으로 결혼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출산은 아예 생각하지않고 있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다.

"외국에서는 직장여성이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지만 한국은 그런 인프라가 없잖아요. 당장 저도 한 부서의 장을 맡고있는 사람인데 여직원이 3개월간 출산휴가를 갔다 오면 필연적으로 그 해 인사고과가 나빠져요. 직장에서의 불이익 감수는 물론 아기를 낳아도 육아를 전적으로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풍조에서 제대로 버텨낼 자신이 없으니까 아기 갖는 걸 꺼리게 돼요. 동갑인 남편은 요즘 들어 은근히 아기를 바라는 눈치긴 하지만…."

모 생활정보지 기자로 근무하는 K씨(38)는 "정부가 아이 둘 이상 낳은 여자한테는 남자들 군대 갔다 온 것과 똑같이 취업이나 임금 책정에서 가산점을 줘야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겠느냐"며 피식 웃었다. 8세와 4세짜리 사내아이들을 두고 있는데 직장생활과 가사일, 육아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미쳤지, 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을까' 싶은 생각에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을 친다고 한다.

"최근에도 둘째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기려고 이리저리 찾아 다녀봤는데 정말 맡길만한 데가 없어요. 괜찮다 싶은 사설이나 구립 시설은 너무 비싸거나 아니면 몇 년씩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려야 해요. 그나마 직장에 다니면 오후 7시나 8시는 돼야 퇴근하고 때로 더 늦을 때도 있는데 종일반이라야 기껏 저녁 6시 정도면 끝나니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 월 120만원씩 내고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부담도 크고 아이교육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고… 내가 회사를 그만 두어야하는 건지… 이젠 생각만해도 힘이 쑥 빠져요."

여성계에서는 출산율 하락과 육아의 어려움이 갖는 상관관계에 주목하면서 그 근원에는 여전히 뿌리깊은 가부장적 사회통념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개발원 유희정 박사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사회가 여성들에게 사회로 나오라고 자꾸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또 여성측에서도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진출 열망이 강합니다. 자연히 여성의 경제활동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아직도 '애 키우기는 가정의 몫이며 가정 일은 여자가 전담한다'는 식의 남성중심적 가부장문화는 뿌리가 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떠맡는 것은 물론 직장 일까지 성공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지요. 결국 아이낳기를 기피하는 방식으로 밖에는 이 이중삼중의 부담을 줄일 방법이 없는 것이 여성의 현실입니다."

가부장적인 사회통념을 빨리 없애기 위해 유박사는 여성계가 줄기차게 주장하고있는 양성평등사회의 실현과 함께 정부차원에서 육아책임을 사회화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출산율 저하를 사회적 위기로 간주한 일본이 1994년부터 '여성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 지원'이라는 슬로건아래 '소(少)자녀화 현상 방지를 위한 엔젤플랜'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든다. "엔젤플랜을 통해 일본은 영아보육시설의 양적· 질적 제고에 집중하면서 24시간보육, 연장보육, 방과후보육 등 일하는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육아프로그램을 집중 개발해 출산율의 추가하락을 막았습니다.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여성이 안심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日 야간육아·휴일육아 정책도 시행

지난해 말 일본의 마사코 황태자비가 여아를 출산했을 때 일본 열도가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것은 국가적 경사가 출산붐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아이를 적게 낳는 '소자화(少子化)'현상은 현재 일본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이다.

저출산 경향은 일본을 세계 최고의 고령화국가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소비부진 경기침체의 원인으로도 지적돼왔다. 소자화는 고령화와 동전의 양면 관계.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부양할 현역세대가 줄어들고 있는 것.

현재 고령화율이 17%가 넘는 일본의 경우 현역세대 (14∼65세의 경제활동인구) 3.2명이 한 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있지만 고령화율이 35.7%까지 높아지는 2050년에는 현역세대 1.5명이 한 사람의 노인을 부양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2007년에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출산율은 국가적 위협으로까지 간주되고 있다. 올해 일본보다 출산율이 낮아진 한국의 경우 고령화율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율이 11.1%인 2002년 9명의 현역세대가 한 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있지만 고령화율 14%가 되는 2019년에는 현역세대 5명이 한 명을 부양하게 된다. 2030년에는 2.7명이 한 명의 노인을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저출산율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조세수입의 감소, 연금 의료보험제정에의 압박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가계 소비가 자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저출산율에 따른 국내 소비의 둔화는 피하기 어렵다. 현재 경제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일본은 저출산율 해결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다.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것을 아이 기르기 힘든 환경 탓으로 보고 보육원 확충, 출산 아동수당 지급 등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1998년 '아동복지법'의 개정과 함께 1999년 국가 각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소자화대책각료회의'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엔젤플랜'의 후속으로 '신엔젤플랜'을 내놓았다. 1994년 시작된 엔젤플랜이 보육원의 수를 늘리고 질을 높이는데 주력한 것이라면 '신엔젤플랜'은 기존 보육원들이 커버하지 못했던 야간육아, 휴일육아등에 대응하고 있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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