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인 투수 놀란 라이언(전 텍사스 레인저스)은 현역시절 시속 160㎞대의 강속구로 유명했다. 특히 43세에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던 그를 닥터 K로 만든 결정구는 낙차 큰 커브였다. 강속구에 곁들여진 커브는 상대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둘도 없는 무기였다.29일(한국시간) 텍사스 알링턴 구장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선발로 등판한 박찬호는 자신의 우상 라이언처럼 던져 시즌 6승째를 따냈다. 7이닝을 7피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은 박찬호는 6일 뉴욕 양키스전에 이어 또다시 승리투수가 돼 지난해 9월30일 2연승을 거둔 뒤 11개월 만에 연승의 기쁨을 맞봤다.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방어율을 6.60으로 낮춘 박찬호의 호투덕분에 텍사스가 5―3으로 승리했다. 최근 4차례 선발등판에서 3승(1패)을 올린 박찬호는 이날 최고구속 150㎞를 기록한 직구와 더불어 슬러브(슬라이더+커브) 슬로커브를 앞세워 볼티모어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초만 빼고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114개의 투구중 44개가 커브였다. 평소보다 커브를 비교적 많이 던진 편이다. 1회초 커브가 마음먹은 대로 컨트롤이 안돼 애를 먹은 박찬호는 해링턴에게 3루타를 얻어맞았다. 다음타자 리차드에게 우전적시타를 내줘 선취점을 뺏겼다. 2회에는 삼진 2개를 잡아내는 등 커브를 앞세워 페이스를 되찾았다. 3회에도 몸에 맞는 볼로 주자를 내보내기는 했으나 슬러브와 슬로커브로 상대타자들을 잠재웠다. 잠잠하던 텍사스타선이 터진 때는 3회말. 2사 1루에서 홀랜스워스가 전세를 뒤집는 투런홈런포를 터뜨리며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텍사스는 4회에도 에버렛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3―1로 달아났다. 박찬호는 9월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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