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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美, 이라크공격 정당한가/"대량살상무기 세계 위협" "중동 전체가 화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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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美, 이라크공격 정당한가/"대량살상무기 세계 위협" "중동 전체가 화염 가능성"

입력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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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적 반대 여론이 거세다. 미국 내에서조차 반전 분위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위시한 주전론자들은 전쟁이 대세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이 존재하는 한 미국은 물론 세계평화도 없다는 강경한 태도다. 왜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일까. 후세인은 과연 미국에 그렇게도 위협적인 존재이며 이 전쟁은 정당한 것인가.

■주전론 5가지 이유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악의 축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공격을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성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라크가 지금도 지하 요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갈 수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실제로 1980∼1988년 이란 및 쿠르드족과의 전쟁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전례가 있는 이라크는 1998년 유엔의 핵무기사찰단을 쫓아낸 이후 오랫동안 국제적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6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이라크를 상대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그 위험은 행동에 나섰을 때보다 훨씬 크다고 경고했다.

▶9·11테러의 배후

미국은 9·11 테러에서부터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공격에 이르기까지 각종 테러 배후에 이라크가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최근 "이라크 곳곳에 알 카에다 대원들이 숨어있다"며 이라크와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알 카에다 연루설을 들고 나왔다. 특히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공격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팔 사태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부시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자살폭탄 공격을 순교적인 행동이라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자살폭탄 테러범 유족에게 돈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치 위기의 돌파구

불과 한 달 전 부시 대통령은 기업인 시절의 부정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었다. 뉴욕시장의 폭락과 더블딥(경기 재하강) 우려 등 경제 상황은 점차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고 부시의 지지도는 하루가 다르게 내리막길을 달렸다.

올해 말 중간 선거 결과도 불을 보듯 뻔했다. 부시 행정부가 정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을 선택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지금 여론의 시선은 중동으로 옮겨져 있다. 부시는 내심 걸프전 이후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성공담을 기대한다.

▶후세인 제거는 가업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당시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지 못한 것을 뼈아픈 실수로 회고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을 추구하는 부시 가문과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과의 악연은 대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시가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이라크 공격의 최대 전리품은 석유

미국이 정작 노리는 것은 이라크의 방대한 유전에 있다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1,120억 배럴로 2,650억 배럴의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 중동경제연구(MEES)의 걸프 지역 편집책임자인 제랄드 버트는 "후세인의 제거는 걸프 지역에서의 석유자원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로막는 최후의 장애물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후세인을 제거하고 친미 정권을 세우면 이라크의 석유를 마음대로 통제해 사우디 아라비아에의 과도한 석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전론 5가지 이유

▶후세인이 정말 미국에 위협적 존재인가

전쟁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설과 테러 연계설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전쟁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첩보들을 수집하고 있지만 심증만 내세울 뿐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 해도 침공의 명분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파키스탄과 이스라엘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이라크를 선제 공격하면 인도가 파키스탄을 침공하거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것도 정당화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지지가 없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유엔 승인이 관건이 되고 있다. 특히 주변 아랍국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한데 아랍권 분위기는 후세인이 싫지만 미국은 더 싫다는 쪽이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아랍권의 분노는 대규모 반미 감정을 촉발할 것이고 알 카에다에 대한 지지를 높일 것이다. 궁지에 몰린 이라크가 이스라엘에 보복공격을 가할 경우 중동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지않다.

▶막대한 전비와 미군 희생

이라크 침공에 들어갈 막대한 전비 부담과 미군 희생이 고민이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일본 등 미국의 우방들이 611억 달러에 이르는 전비를 분담했던 지난 걸프전과는 달리 이번 전쟁을 위해 전비를 분담할 우방국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미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이 전비 대부분을 떠안으려면 국내 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쟁 반대론자들은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쓰게 되면 미군의 희생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탄저균이나 천연두 바이러스를 사용, 자신의 미래를 도박에 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세계 경제가 볼모가 될 수 있다

중동에서 포성이 들리는 순간 국제 석유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유가 급등은 가뜩이나 삐걱거리고 있는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미국이 후세인의 제거에 성공한다 해도 안정적 석유자원의 확보라는 미국의 정책목표가 달성될 것인가도 논란거리다. 걸프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으로 미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이로 인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에 실패한 뼈아픈 전철을 되풀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들 부시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포스트 후세인이 걱정된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 이라크 정정이 불안에 휩싸이고 중동의 세력균형도 깨질 수 있다는 점도 이라크 공격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전후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확실한 다짐 없이 이라크를 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20%에 불과한 수니파를 주축으로 한 철권통치로 다수계인 시아파와 북부 쿠르드족을 지배했던 후세인이 사라지면 이라크는 극심한 분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친미정권을 세울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 부시의 대 이라크 발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대통령을 봉쇄하기 위해 결성했던 국제 협조체제를 재건하겠다. (2001년 1월 20일 취임사)

후세인은 문제아이며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 (2002년 3월 13일 백악관 기자회견)

대량살상무기 생산 의혹을 받고 있는 후세인이 제거돼야만 세계는 좀 더 안전해질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쓰겠다. (7월 8일 하반기 국정운영 발표)

후세인은 세계 평화와 지역 평화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다. (8월 28일 반다르 빈술탄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와의 회동)

● 주요정상들 대 이라크 발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행동이 임박한 것은 아니며 아직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아니다. 결정하기 전까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여러가지 있다. (7월 25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나는 유엔 안보리가 결정하지 않는 한 정당화될 수 없는 대 이라크 공격을 상상하기도 싫다. (8월 2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 내가 지도자로 있는 한, 독일을 모험에 끌어들일 수는 없다. (8월 6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할 정치적 외교적 가능성이 아직 소진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외교적 수단만으로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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