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에서 지구 환경 개선을 외면한다는 비난에 휩싸이고 있다. 28일 3일째로 접어든 회의는 어족 자원과 해양 생태계 보호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는 등 지구의 푸른 미래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유엔 관계자들은 각국 정상들이 WSSD 개최지인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하는 다음주 초까지 잠정적인 합의문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휴가를 내세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불참한 미국 대표단은 오염 문제나 빈곤 퇴치 등 어떤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도 떨떠름한 표정이다.
특히 미국은 정치적 구호로 그쳤던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회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각국 정상이 핵심의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구체적 이행계획 수립에 대해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토키아 사이피 지속개발 담당 국무장관은 "미국의 지나치게 완고한 태도가 이번 정상회의의 진전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지구 문제의 최대 원인 제공자이자 해결의 당사자다. 미국은 사상 최악의 홍수와 가뭄 등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국(전체 배출량의 24%)이면서도 지난해 교토(京都)의정서를 탈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적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도 대체에너지 도입을 놓고 유럽연합(EU)과 맞서 있다. EU는 풍력이나 태양에너지 등의 대체에너지를 2010년까지 15%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석탄과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은 대체에너지 이용 확대 시기를 정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식수 문제에 대해서도 유엔과 EU는 2015년까지 청정 식수 및 위생 시설을 공급받는 인구를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목표시기를 못 박는 데 고개를 젓고 있다. 빈곤퇴치와 관련, 선진국들이 내놓는 공적개발 원조(ODA)를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0.7%로 늘려달라는 빈국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정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1992년 국내총생산의 0.2%이던 미국의 공적원조 기부 비율은 2000년에는 0.1%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EU의 ODA는 0.33% 수준이다. EU는 이미 올 봄 정상회담에서 2010년까지 그 비율을 0.7%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27일 "가난한 나라, 특히 한때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는 짐이 아니라 하늘의 명령이자 미래를 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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