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의 교도소내 사상전향 공작과정에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상습폭력으로 사망했고, 중앙정보부와 법무부가 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9일 1970년대 비전향 장기수 3명의 의문사 사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들이 전향공작 중 폭행으로 직·간접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74년 대전교도소 수감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수사 종결된 최석기(崔錫基)씨는 일반 수형자 조모씨에 의해 입에 수건을 물리고 바닥에 눕혀져 몸 전체를 구타당하는 등 극심한 폭행을 당한 후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조씨가 비전향자를 전향시키면 출소시켜 주겠다는 교도당국의 사주를 받고 격리병동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밝혔다. 조기 출소한 조씨의 공적서에는 '6명의 극렬한 좌익수형자를 전향시킨 공이 크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사망후 교도소장과 중앙정보부 담당자들은 사인을 심장마비로 처리해 법무부 장관에 보고하는 등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74년 대전교도소에서 유리파편으로 동맥을 절단해 자살한 박융서(朴隆緖)씨의 경우, 간첩으로 남파됐지만 활동 전에 당국에 붙잡혀 다른 남파 공작원을 검거하는 데 공을 세웠는데도 전향공작을 강요,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북에 처와 자식이 있기 때문에 전향할 수 없다"는 이유를 전달했음에도 바늘로 찌르는 고문을 지속적으로 당하자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당시 교도당국은 박씨의 사망을 단순자살로 처리했다.
76년 대구교도소에서 사망한 손윤규(孫鈗圭)씨는 교도당국이 '자술 진술서'를 '전향서'로 위조한 데 항의해 단식투쟁을 벌이던 중, 교도소 직원의 강제급식으로 사망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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