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니트가 바람이 났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지는 이 맘때면 늘 아쉬운 것이 보온과 스타일을 더해주는 니트웨어 한 벌. 그러나 이번 가을 깔끔한 기본형 니트 혹은 니트 앙상블을 무심코 걸쳤다가는 '패션감각이 떨어진다'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있던 니트가 올 가을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올해 니트웨어 트렌드는 에스닉(Ethnic·민속풍) 대 스포티즘(Sportism)으로 극단적인 대조를 보인다. 우선 두드러지는 것은 메가트렌드로 군림하고있는 에스닉 혹은 히피스타일의 영향이다. 니트전문 브랜드 '아가시'를 내놓고 있는 디자이너 이경원씨는 "오랫동안 몸에 착 감기는 깔끔한 단색의 파인니트가 니트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올해는 에스닉 붐을 타고 북유럽의 풍광을 연상시키는 눈꽃무늬 혹은 페이즐리 무늬 수를 놓거나 패치워크로 이어붙이고 색색의 실들을 사용해 프린트 효과를 내는 등 수공이 많이 들어간 화려한 니트들이 주류를 형성하고있다"고 말한다.
'바닐라비'를 비롯 '기비' '파지오' '데미안' '빈폴레이디' 등이 에스닉 스타일 니트를 내놓고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한일월드컵이후 캐주얼웨어에 두드러진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보다 스포티한 분위기의 니트도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라디오가든' 상희진 디자인실장은 "아주 가느다란 실로 짜여진 파인니트와 기모(起毛)가 있어서 푹신푹신한 느낌을 주는 두꺼운 실로 짜여진 벌키니트의 중간 쯤 굵기 실로 짠 박스 스타일 니트가 대표적"이라고 말한다.
스트라이프 무늬를 넣어 활동적이고 발랄한 느낌을 강조하거나 앞에 지퍼를 넣은 짚업스타일 등이 많이 눈에 띄는 스타일들. 'BNX' 'A6' '데얼스' 등이 많이 내놓고 있다.
소재의 믹스도 올해 니트웨어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X' 손안나 디자인팀장은 "에스닉 열풍으로 디테일이 중요해지면서 자수나 패치워크 대신 이질적인 소재를 믹스매치해 장식적 효과를 노리는 디자인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니트와 모피, 니트와 가죽 또는 니트와 진 소재를 혼합해 만든 옷들은 날씬해 보이면서 독특한 멋스러움 때문에 인기"라고 말한다.
스타일은 80년대 많이 사용됐던 도르만(dorman· 몸판과 소매가 이음새 없이 한판으로 짜여진 것)소매가 새롭게 부활하고 주름 장식이 사용되는 등 전체적으로 느슨하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한 것이 돋보인다.
니트웨어가 장식적이고 화려해지면서 전통적으로 재킷이나 점퍼 안에 받쳐입는 옷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한동안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각광 받았던 기본형 니트 앙상블이 쑥 들어간 대신 세트라도 니트 재킷과 니트 티셔츠 형식으로 디자인된 것들이 대세를 이룰 만큼 니트웨어를 겉으로 드러내 입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경원씨는 "이너웨어에서 아웃터웨어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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